▲ 시인 최철훈

올해(2015)의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광은 벨라루스 공화국의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67세)에게 돌아갔다.

알렉시예비치는 반체제 성향의 소설가로 분류돼 검열 논란과 함께 정치적 망명을 하기도 했다. 대표작이자 1985년 출간된 첫 소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이전까지 전쟁과 관련된 책에서 배제돼 온 여성들을 인터뷰해 그들의 독백 형식으로 이야기를 구한 작품이다

언론인 출신의 알렉시예비치는 옛 소련 시절부터 반(反)체제 성향의 작품을 써왔다.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의 후유증을 다룬 다큐멘터리 산문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우리나라에도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한림원에서는 “우리 시대의 고통과 용기를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다성(多聲)의 작품을 써왔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또 알렉시예비치는 저널리즘의 형식을 초월해 새로운 문학 장르를 개척했다”며 “그것이 진정한 성취”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최근 이웃나라 일본은 우리와 선린우호 관계에서 벗어난 상황으로 치닫고 있지만 문학은 그 모든 것을 초월해야 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얼마 전 대한민국의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분이 표절 시비로 한국 문단을 어지럽힌 바가 있다.

참 부끄러운 일이다. 그 중에서도 더 많은 사람들을 분노케 한 일은 그의 표절이 다른 작가도 아닌 일본 군국주의 소설가 ‘미시마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했다는 데에서 우리 문학의 암담한 현실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과 중국은 1968년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 1994년 오에 겐자부로(大江建三郞) 등 2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일찌감치 배출했고 2012년에는 중국 소설가 모옌(莫言)이 조국에 노벨문학상 첫 수상의 영광을 안겨 준 바 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연말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노벨문학상의 향방에 대해서 혹여 우리나라 작가는 아닐까 하는 기대와 간절함에 가슴 설레는 것은 사실이다. 대표적인 작가로 ‘고은’, ‘황석영’ ‘이문열’ 등등 거론은 되고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아직은 멀었나 보다.

스웨덴 한림원에서 밝힌 노벨 문학상 선정 기준과 한국문학의 현실에 대한 간접적 비판 부분을 우리는 겸허히 받아 들여야 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 노벨상을 타지 못하는 이유를 국력과 경제력 그리고 번역상의 문제로 치부하기도 한다. 필자 역시 그럴 것이 다는 막연한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벨라루스 공화국’ 과연 그 나라가 우리나라보다 더한 국력과 경제대국일까? 필자의 좁은 소견일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아닐 것 같다.

한림원에서 밝힌 우리나라가 노벨문학상을 타지 못하는 이유와 문제점을 밝힌 바 있다. 노벨문학상을 타기 위해서는 한 국가에 한 명의 대표 작가가 아니라 '세트'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문학의 현재를 보여 줄 수 있는 여러 사람이 있어야 고려 대상이 된다는 것이라 말했다.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지나치게 개인의 이익과 출판문화의 기업화와 작가들의 도덕 불감증이 만연한 배금주의에 편중된 현실이 우리 모두의 꿈과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찌 보면 글을 쓴다는 것이 참으로 부끄러울 따름이다

우리 주위에는 작가의 꿈을 키워 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의 문학의 미래는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 하지만 한편으로 문단 권력에 편승하여 문학을 신분 상승의 도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이 우리 문학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또한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어느 분야나 알곡과 쭉정이는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문학 인구의 저변확대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그 모든 것은 스스로의 자정 작용으로 해결되리라 믿는다.

요원한 이야기일지는 모르겠지만 한림원 구경이라도 한 번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