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극제 구청장이 지난 12년간 구정 성과를 얘기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부산의 원도심이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지역 발전의 새로운 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원도심의 맏형인 부산 서구가 최근 송도해상케이블카를 개통하고 대규모 오토캠핑장 등 체류형 해양관광상품을 개발하면서 원도심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12년간 지역발전과 주민복리증진에 매진해 온 박극제 부산 서구청장이 있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내리 3선을 지낸 박극제 구청장을 만나기 위해 구청장실을 찾았다.

취재진을 맞는 박 구청장의 첫인상은 야무지면서도 소탈해 보였다.

인사를 나누며 건넨 명함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단으로 접힌 특이한 형태의 명함 속에는 송도해수욕장 등 서구의 명소 10곳을 담고 있었다.

구청장은 심부름센터 소장

먼저 재선 시의원과 3선 구청장을 지내며 주민의 공복으로 20년간 재직하다가 퇴임을 앞둔 소감을 물었다.

박 구청장은 무탈하게 구정을 이끌 수 있었던 것은 지역주민들과 공무원들의 덕분이라며 자세를 한껏 낮췄다.

“지난 12년간 자신감과 소신을 갖고 적극적으로 구정을 펼칠 수 있었던 원동력은 12만 구민들이 보내주신 신뢰와 애정, 지지와 성원 덕분이었습니다. 또한 구정 모든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도 구민 여러분과 600여 공무원들의 노고가 컸습니다. 앞으로 남은 1개월을 잘 마무리하고 주민의 한사람으로 돌아가 정다운 이웃으로, 훈훈한 선후배로 지낼 생각입니다”

구정철학이 무엇이냐는 다소 딱딱한 질문을 던졌다. 명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민원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구청장직을 수행해 오면서 현장에 답이 있다는 신념으로 민원 현장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또 구청장은 심부름센터 소장이고, 심부름센터 직원은 공무원이라는 생각으로 직원들에게 공무원의 역할과 소명의식을 강조하며 ‘살고 싶은 행복도시 서구’를 위해 매진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주거환경 개선으로 다시 찾는 서구 완성

박 구청장은 이러한 주민의 협조와 지지, 그리고 공무원들과 원활한 소통을 통해 적지 않은 구정 성과를 거뒀다.

그는 구청장으로 처음 취임하면서부터 '서구가 제일 낙후된 도시'라는 이미지를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를 위해 박 구청장은 ‘주거환경 개선’과 ‘송도해수욕장 명성 되찾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기 시작했다.

"서구가 언제부턴가 부산에서 제일 낙후된 도시 중 하나로 낙인이 찍히기 시작했습니다. 구청장으로 취임하면서 이를 타개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가장 먼저 주거환경개선에 공을 들이는 한편 100년 역사를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50년 밖에 되지 않은 해운대와 광안리에 밀려나 있는 송도해수욕장 살리기에 나섰습니다. 이를 통해 서구를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찾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박 구청장의 신념과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하기 까지는 결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을 완료해 아미동과 남부민동 암남동 지역의 주거환경개선과 주민주도 마을공동체를 재생시켰다. 현재 추진 중인 동대신동과 서대신동의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에 사업비 45억원을 투입한 것을 비롯해 아미·초장 도시재생 프로젝트사업에 101억원, 남부민1동 산복마을 계단공동체 남일이네 활력사업에 60억원 등을 들여 살기 좋은 마을가꾸기에 정성을 쏟았다.

돌아보면 "원도심권은 주거환경이 나쁘다", "인구 절벽이다", "미래가 없다"는 등의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도시재생' 밖에 없다는 그의 소신이 빛나는 순간들이었다.

송도해수욕장 1000만 관광객 시대 ‘활짝’

또 하나 그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했던 송도해수욕장 옛 명성 되찾기 프로젝트도 대성공을 거뒀다. 15년만에 송도구름다리를 복원하고 송도해상케이블카, 송도오토캠핑장 등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송도가 해양레저타운으로 변모, 여름 한철 반짝이던 송도해수욕장이 연간 1000만명이 찾는 사계절 국민여가휴양지로 탈바꿈했다.

이쯤 되면 어깨가 으쓱할 법도한 데 박 구청장은 남이 모르는 아픔과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토로한다.

"원도심의 인구유입은 주거환경개선을 위한 도심개발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개발에는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어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재개발사업으로 10평에서 20평 남짓한 작은집에 살다가 적은 보상금으로 이주해야 했던 분들과 형편상 재개발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한 분들, 국·시유지에 집을 지어 매년 변상금에 시달려야 하는 분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픕니다"

지긋하게 눈을 감고 얘기하는 그의 모습에서 인간적인 고뇌를 읽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서구하면 고등어축제와 송도해상케이블카를 떠올린다. 그래서 이러한 사업들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의지가 궁금했다.

팔 수 있는 것은 모두 팔자

박 구청장은 취임과 동시에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해와 달, 피난수도, 고등어 등 서구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모든 것을 팔아야한다는 마인드로 문화관광정책을 펼쳐나가기 시작했다.

고등어를 먼저 팔아먹기로 했다. 10여 년 전 처음 고등어축제를 제안하자 주위에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내부에서조차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캐릭터공모전을 열면서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축제 첫해부터 대박이 났다.

경향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자 관심조차 보이지 않던 언론사들이 대서특필하기 시작했고 빠른 시간 안에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로 우뚝 서게 됐다.

지난해 축제에는 52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갔고 지역경제 파급효과도 100억원에 달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 부산시 시어(市魚)가 고등어가 된 사연도 고등어축제와 무관하지 않다.

해상케이블카 복원 관광일번지 급부상

서구가 또 한 번 조명을 받게 된 것은 지난해 6월 개통된 송도해상케이블카로 박 구청장의 야심작이라 할 수 있다.

1913년 우리나라 최초로 개장해 6,70년대 전국 최고의 관광지로 인기를 누렸던 송도해수욕장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사업의 하나로 송도해상케이블카 복원에 나섰다.

지난해 개통한 해상케이블카는 불과 10개월 만에 탐승객 121만 명에 이르러 부산관광 일번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낙수효과도 보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와 송도해수욕장을 홍보하는 일석삼조의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

박 구청장은 송도해상케이블카의 탄생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얘기한다.

“케이블카만이 새로운 관광사업을 선도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무작정 민간투자자 물색에 나섰습니다. 부산 유수의 기업이란 기업은 다 찾아다녔습니다. 삼고초려의 심정으로 문을 두드렸지만 모두 난색을 표했습니다. 심지어 부산시가 운영하는 부산관광공사에도 여러 번 타진했지만 허사였습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현재 송도해상케이블카를 운영하고 있는 대원플러스의 젊은 CEO분을 만나 투자를 제안했고 그것이 받아들여져 일이 성사됐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1년간 100억 이상을 투자하고도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포기 의사를 밝혀와 해상케이블카가 좌초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절대절명의 순간 회사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설득해 지난해 6월 드디어 케이블카를 선보이게 됐습니다”

박 구청장은 또 송도에 50억원을 들여 5800평을 매립해 오토캠핑장을 만들고 오션파크광장과 해상구름산책로 등을 건립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국민여가휴양지로 변모시켰다.

박 구청장은 이 모든 일들은 지난 2013년 송도해수욕장 개장 100주년을 맞아 미리 계획하고 준비한 기념사업의 성과라고 밝혔다.

지난 12년간의 구정운영방향과 성과를 얘기하는 박 구청장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나를 낮추고 남을 높이자 ‘下心’

분위기를 조금 바꾸기 위해 가벼운 질문 몇 가지를 했다. 우선 12년간 큰 과오 없이 구정을 이끌어 온 비결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삼사일언 언행일치(三思一言 言行一致’를 생활신조로 삼고 있습니다. 즉 세 번 생각하고 한 번 말하듯이 항상 말을 조심하며 자신이 말한 것을 행동에 옮긴다는 말입니다. 구정수행 할 때마다 구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구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심부름꾼이라는 낮은 자세로 임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실제로 박 구청장실의 집무실 벽면에는 이 문구가 적혀 있는 액자가 위치해 있었다. 그 바로 옆에는 ‘下心’이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박 구청장은 나를 낮추고 남을 높이는 마음이야 말로 구정운영의 근간이라고 밝혔다.

이왕 묻는 김에 취미와 건강비결을 밝혀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평소 여유가 있으면 책읽기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추천도서로 ‘옛 선인들에게 배우는 지혜로운 이야기 논어’를 들었다. 체력관리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관내 운동장과 등산로를 다니며 주민들과 현장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후임 구청장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질문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 구청장은 미래비전 제시를 위한 마인드 제고와 소통을 들었다.

“지난해 연말 169억원에 이르는 우리 구 채무를 모두 상환해 빚 없는 지자체로서 후임 구청장이 부담 없이 구정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롭게 구정을 이끌 신임구청장께서는 서구의 미래를 밝힐 비전을 제시하고 리더로서 구민들을 비롯해 600여 공무원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 주실 거라 굳게 믿습니다”

20년 뒷바라지 아내 “사랑합니다”

박극제 구청장은 오는 6월 30일자로 12년간의 서구청장직을 내려놓게 된다. 취임과 동시에 특유의 인내심과 뚝심으로 서구의 지도를 확 바꿨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그의 다음 행보를 듣는 것으로 2시간의 인터뷰를 마쳤다.

“먼저 시의원 8년 구청장 12년 등 20년간의 공직생활을 한 치 부끄럼 없이 마무리할 수 있도록 알뜰하게 뒷바라지 해준 아내와 가족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퇴임하면 제일먼저 아내와 국내여행을 많이 다닐 생각입니다. 사랑하고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구정 모든 분야에서 값진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구민 여러분과 600여 공무원들이 한마음 한 뜻이 되어 노력한 결과입니다.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올리고 싶습니다. 당분간 휴식을 취하면서 서구발전을 위한 계획을 서서히 세워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