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아란(숨쉬는 동천 회원)

우리나라의 용(龍) 미르는 본디 물을 뜻하는 물에서 따온 만큼이나 물속에서 도를 닦아 스스로가 물인지 물이 스스로인지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경계의 의미가 없어질 때 비로소 하늘을 나는 능력이 생긴다. 그 전까지는 이무기(螭龍)로 살아가게 된다.

물이 꾀나 모여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이무기가 수양을 쌓고 있는데 그것들의 특성은 당연하게도 그 곳에 물의 성질과 닮는다. 또한 그곳의 물은 그 지역 땅과 바람과 사람들의 자화상이다.

우리나라 부산시 부산진구, 남구, 동구에 걸쳐서 위치한 동천이란 이름을 가진 크고 긴 강에도 이무기가 도를 닦으며 지내고 있었다. 그러나 미르가 되기를 꿈꾸며 세월을 보내는 동안에 그 자태는 병든 것처럼 심히 못나고 힘이 없었다. 자태는 오물 덩어리와 구분이 힘들었다.

예전의 동천은 아무리 큰 가뭄이 들어도 맑은 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그 풍부한 물로 논농사와 밭농사를 지었으며 동천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서는 사시사철 다양하고 풍부한 물고기와 조개류들이 잡혔다.

철새들도 무리를 지어 날아들어 넓은 갯벌과 갈대숲은 장관을 이루었던 곳이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가면서 욕심 많은 소수의 사람들이 논과 밭을 너무 많이 개간하여 동천은 얕아져서 어선들이 다니기가 힘들어졌다. 그리고 왜구가 출몰하자 조선 수군들은 방어진지 구축을 위해서 지역에 큰 성들을 건설하게 되자 동천은 아름다움을 더 잃어갔다.

풍만강 또는 보만강이라는 이름에서 동천으로 바뀌어 불리게 되었다. 일제강점기가 되자 동천의 물길은 더 좁고 얕아지면서 강이 아니라 수로로 변해버렸다. 그 후로 시가지가 늘어나고 도로와 공장들이 동천변으로 들어서자 악취가 생기고 심한 폭우에는 견디지를 못하는 하천이 되었다.

많은 이무기들은 강이나 하천에서 수련을 거듭하지만 실패하여 용이 되지를 못해서 용이 되기를 포기하는 경우들도 있었다. 그런 이무기는 독룡(毒龍)의 길로 빠진다. 독룡은 사람을 헤치는 행위를 망나니처럼 하다가 용들에게 죽임을 당한다.

동천의 이무기도 수련을 거듭했지만 실패했다. 포기를 고민하고 있다. 동천의 이무기는 성품도 곱고 행실도 발라서 능력있는 조력자를 기다렸지만 지금까지 나타나지를 않고 있었다.

오늘날 사람들은 자기들 살림살이에 바빠서 기후위기니 환경오염이니 하는 것들에는 실질적으로 거의 관심을 안 쏟고 있으며 그나마 관심있는 사람들도 왜인지 이 동천 주변으로 안 오고 있어서 슬슬 포기할까 싶은 와중 오랜만에 주변이 시끌시끌해져 뭔 일인가 둘러보니 자원봉사단이었다. 자원봉사 단원 중에 마음이 드는 인물이 보였다.

이에 눈이 번쩍 뜨인 동천 이무기는 조력자와 인연을 맺으려고 서둘렀다. 역시 그 조력자도 이무기를 돕기로 했다. 동천의 이무기와 조력자는 합심하여 동천을 정화시키기 위해 노력하였다. 마침내 정화된 동천에서 이무기는 용으로 승천하여 동천의 상공에서 동천을 늘 수호(守護)하기 시작했다.

동천의 이무기와 조력자가 동천을 살릴 수 있었던 개선 방안은 이렇다. 동천에는 너무나 많은 오염물질로 물속과 바닥을 정화시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지만 그들은 동천과 연결된 성지곡의 계곡수를 부전천으로 흘려보내면서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유용미생물제재(부산광역시 하천 수질 개선용 유용미생물 생산·공급시설 설치·운영 조례, 부산광역시 유용미생물 생산·공급 및 투여지원에 관한 조례)를 사용했던 것이다. 부전천 상류인 성지곡 계곡에서부터 오염을 정화시키고 수질을 개선하면서 계곡수를 동천으로 유입시켰던 것이다.

그러면서 많은 불명수들도 찾아내어서 부전천을 따라 동천으로 흐르게 했다. 청명하게 변한 동천의 물을 본 시민들은 환호했다.

수질이 너무나도 좋아지자 동천에 대한 관심은 시민들뿐만 아니라 여러 관계기관의 공무원들 심지어는 사업가들도 몰려들어 관심들을 가졌다.

문현금융단지 내의 금융회사들도 보다 나은 동천을 만들기 위해 많은 투자를 약속했었다. 동천을 살리기 최고 앞장에선 숨쉬는 동천은 동천이 살아나려면 수질 개선뿐만 아니라 동천의 형상도 자연스럽게 변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