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타리꽃은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주인공 소년이 소녀에게 꺾어다 주는 꽃으로 유명하다. 꽃말은 미인, 무한한 사랑, 깊이를 잴 수 없는 사랑이다.

뿌리에서 거름 냄새 진동
말 다리처럼 길게 피는 꽃
황순원 소설 ‘소나기’ 등장
고채로 불리며 나물로 먹어

시집간 딸이 친정어머니와 마타리 꽃이 피는 황령산 바람고개서 만나 반나절을 함께 회포를 풀고 가져온 음식과 선물을 나누었으니 이를 중로상봉(中路相逢), 즉 ‘반보기’라 하였다.

금가루를 뿌린 듯한 꽃 마타리가 피면 가을이 온다고 한다. <산길 옆에 가냘프게 피어 있는 노란 꽃. 처음 산길에선 스쳐갔다..다음 산행에선 눈에 띄었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그 꽃의 이름을 알았다. 마타리꽃. 그 다음 산길에선 마타리가 나를 알아봤다> - 이수인은 마타리를 이렇게 노래하였다. 마타리. 재미있는 이름이다.

어떤 이는 '말다리'에서 왔다고 하고, 어떤 이는 '똥'의 고어인 말(몰)과 다리의 합성어라고도 한다. 하눌타리 느타리 수수꽃다리 솜다리처럼 '타리'나 '다리' 가 붙은 식물은 <~을 닮은 꽃>의 뜻.

'알타리무'가 개중 재미있다. 종아리에 알이 통통히 밴 다리를 닮은 무'란 뜻. 마타리를 꺾어 엎어보면 영락없이 말굽 모양이다.

또 어떤 이는 <흐르지 않아 썩은 물>을 '마타리물'이라 한단다. 그러지 않아도 마타리 뿌리짬에선 거름 냄새가 난다.

마타리꽃의 인분 냄새를 몰랐던 등산객이 관리사무소에 항의를 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쥐오줌 냄새가 나는 쥐오줌풀 대신 쓴다는 뿌리(패장근)의 효능(대하증 소염 화상)이 대단하다.

<그 고약한 냄새 맡아봤니, 마타리>에서 왔다는 설도 있다. 콩 썩은 냄새가 난다하여 패장(敗醬), 황화패장, 가얌취, 여랑화(女郞花)란 이름도 있다.

어쨌든 마타리는 말다리처럼 크게 길고 생긴 꽃이요, 꽃말은 <아름다운 여인>이다. 그래서 시인은 <꽃대인지 가지인지 저리 길게 빼고 있어도 한여름 태풍 속에서도 꼿꼿이 서 있다>고 노래한다.

이웃 일본에선 싸리를 비롯한 칡, 억새, 술패랭이, 등골나물, 도라지꽃과 함께 가을의 대표적인 7가지 풀로 꼽는다. 마타리꽃차도 좋단다.

우리 사는 남촌(남구 수영구)은 옛 가야 땅이었다.

옛 가야국 겸지왕 시절, 해선이라는 아가씨가 살았다. 마타리란 별명을 가진 이 아가씨는 가야금을 잘 탔는데 쟁을 연주하는 섬섬 청년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신라와 전쟁이 일어나 섬섬이 군에 간 사이 마타리를 짝사랑하던 덕팔장군이 섬섬을 적진 가까이 보내 죽게 하였으나 섬섬은 포로가 되고 덕팔은 전사하였다. 그리움을 못 이겨 병을 얻은 해선이 가야금을 타다 죽고, 천신만고 끝에 돌아온 섬섬은 해선이 죽은 자리에서 마타리꽃을 발견하였고 사람들은 그 꽃을 '마타리꽃'이라 불렀다 한다.

그래서인지 옛 가야땅 인근에 마타리꽃이 많이 핀다. 황령산이나 오륙도 이기대 갈맷길, 무척산이나 신어산 숲속의 청초한 마타리꽃과 낙동강이 굽어 뵈는 천태산 고갯길에서 만난 마타리는 꼭 그 청순한 처녀 같았다.

중학 시절 배웠던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에도 이 꽃이 나온다. 지금도 소설의 무대가 된 양평엔 마타리꽃이 지천으로 핀다.

산방화서의 마타리는 산정이나 고갯마루에 한 포기씩 띄엄띄엄 떨어져 핀다. 훌쩍 큰 키로 푸르런 가을 하늘에 하늘거리는 모습이 정감을 자아낸다.

<갸름한 목/하늘로 빼올리고/수줍어 웃는 마타리꽃//곁에서/너를 바라보고 서 있으면//멀리 떠나간 그리운 사람 앞에 돌아와 서 있는 나를 보게 된다//너와 함께/들길을 걸어가면/하늘의 물소리가 들린다//별들과도 이야기한다/허수아비가 바람에 흔들리고/송아지가 운다//낮달이/하느님처럼 어깨너머 다정하다//구름의 손짓을 느끼며/옛사람을 생각하는 마타리꽃//이젠 사랑하리라/기다림을 넘어서 기도하리라//너의 등 뒤에/황혼이 붉게 깔리고 별이 뜬다//더 많은 별이 뜨면 너와/물을 건너 너의 나라로 가리라>고 이성선은 읊었고, 손인환은 <잴 수 없는 사랑의 꽃>이라 노래했으며, 일본의 유명한 잇싸는 <마타리 풀이여/넌 무엇에 대해/그렇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나> 하고 노래했다.

마타리와 닮은 꽃으론 금마타리(한국특산) 돌마타리 가는잎마타리가 있고, 은마타리 또는 흰마타리라 부르는 뚝갈(꽃말: 아름다운 사랑)이 있다. 여름에 뚝뚝 꺾어 나물을 해먹는다.

<뚝(둑)>은 덮개를 뜻하는 말로 덮개모양의 잎을 말하고 <깔>은 <풀잎>의 전라도 방언이라 한다. 마타리 역시 어릴 때 나물로 먹는다. 쓴맛이 있어 고채(苦采)로 불린다.

말다리처럼 크고 길게 생긴 꽃 마타리, 늘씬한 각선미로 가을이 온다고 알려주는 꽃, <사랑이 내 안에서 여전히 더욱 커져가고 있어요. 당신을 날마다 더욱 사랑해요> 노래하는, 약이 되는 토종식물. 하늘을 향해 손을 모은 모양이 세상 시름 다 잊고 항상 감사하며 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꽃이 틀림없다.

▲ 김종화 시인

글쓴이 김종화 시인은 남촌문학관장으로
남구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여 년간 자생식물연구가로 활동하며
들꽃정원 초애원을 운영하고 있다.
시집「흰금낭화 같은 그대」
「田園」등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