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치 꽁치는 바다에 놀고/ 살찐 가무치는 연담에서 놀고/ 뒷집 큰 애기 내 품에서 논다/ 은전 금전도 여기서 나고/ 정승 판서도 여기서 난다.”

어로장의 선창과 함께 휘모리 가락으로 신바람을 몰고 다니는 악사가 흥을 돋우면 기수·선주·방수(坊手)·북재비·선소리꾼·어부들이 둥글게 원을 그린다. 이어 대가레·중가레·소가레 광주리를 머리에 인 여인들이 뒤를 따라 춤을 추며 놀이는 절정에 이른다. 뒤이어 바다에 나가 많은 고기를 잡고 만선으로 무사히 돌아오길 기원하는 비나리로 대미를 장식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62호 '좌수영어방놀이'의 공연 모습이다.

어업의 작업과정과 노동요를 놀이화한 좌수영어방놀이. 수영구사적공원 내 사무실 한 켠에는 우리 전통예술의 맥을 이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나가는 좌수영어방놀이보존회가 자리 잡고 있다.

좌수영어방놀이는 어업에 따르는 노래와 풍어를 기뻐하는 어부, 여인들의 집단놀이가 종합된 축제로, 전통적인 어방놀이를 통해 서로 협동하고 새해의 풍어를 기원하는 민속예술이다.

▲ 좌수영어방놀이보존회 회원들이 수영사적공원에서 중요무형문화재 제62호 ‘좌수영어방놀이’ 기획공연을 하고 있다.

어방은 오늘날의 어업협동기구(漁業協同機構)와 같은 것으로서 현재의 좌수영어방놀이는 어방의 어로작업(漁撈作業) 중 수영만 해안에서 행하던 멸치잡이 후리질 어로(漁撈)에서 연유한 것이기도 하다.

어부들이 고기잡이를 할 때에 일손을 맞추어 능률을 올리고 노동의 고단함을 덜고자 여러 가지 어로요(漁撈謠)를 불렀는데, 고기를 잡아 만선(滿船)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부른 노래들이 어망을 당기고 고기잡이를 하는 동작들과 함께 더해져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다.

좌수영어방놀이회는 매주 수요일 오후 2시부터 연습에 들어간다. 현재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회원 80여명의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매년 10여 차례 이상 공연을 통해 우리의 전통을 알려나가고 있다.

예능보유자(인간문화재), 전수조교, 이수자, 일반전수생으로 구분된 회원들은 대부분 오랜 기간 함께한 만큼 가족이상 끈끈함을 가지고 있다.

수영동에 거주하는 김필이(72)씨 또한 이곳에서 30년 이상 활동해오고 있다.

김 씨는 "10여년 이상 이곳에서 함께한 회원들이 많기 때문에 가족 같이 편안한 마음으로 활동한다"며 "모심기, 멸치 받이 등 공연 퍼포먼스 하나하나 신나지 않은 것이 없다"고 말한다.

어방놀이는 1시간 동안 진행되는데 그물로 고기를 잡기 위해 줄틀로 줄을 꼬며 부르는 내왕소리, 친 그물을 끌어당기면서 부르는 사리소리, 잡은 고기를 그물에서 풀어 내릴 때 부르는 가래소리, 고기를 많이 잡은 어부들이 풍어를 기뻐하며 부르는 칭칭소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4가지 소리로 구성돼 보기에는 단순해 보일지 몰라도 소리와 함께 어업의 고단함을 표현하기는 쉽지가 않다.

좌수영어방놀이회는 찾아오는 이들에게 북, 장구, 꽹과리 등을 무료로 교육하고 있다. 또 어린 학생들에게는 전수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매주 용당초등학교를 찾아 전수를 하고 있어 학생들이 각종 대회 수상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좌수영어방놀이보존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인간문화재 박등무 씨는 2대째 맥을 이어오며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박 회장은 "좌수영어방놀이는 우리 조상들의 멋이요 풍류며 혼이다"고 말한다.

또한 "우리 전통의 맥을 잊고 우리가락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앞으로도 끊임없이 노력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좌수영어방놀이는 전수자를 상시모집하고 있으며 (사)수영고적민속예술보존협회로 연락하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교육비는 무료다. ☎752-2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