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을 알리는 꽃 구절초의 꽃말은 들녘의 향기, 어머니의 사랑, 고상함, 밝음, 순수, 우아한 자태이다.

가을이 깊어가고 남촌에도 구절초가 피었다. 동네 어르신들 동무하고 바람고개 오르며 보았던 꽃. 한밤중에 홀로 깨어 초애원 구절초와 한참을 놀았다.

꽃잎 긴 산구절초로부터 짧고 단아한 한라구절초, 보랏빛 은은한 낙동구절초와 새하얀 구절초가 황홀경을 연출하고 있다.

향기도 맡고 단아한 자태와 새하얀 꽃빛도 즐겼다. 곁에 핀 달리아가 시샘하는 것만 같아 눈길 한 번 주었다.

안도현 시인은 이런 재미난 시를 썼다. <쑥부쟁이와 구절초를/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다!> 구절초와 쑥부쟁이, 개미취를 구별하면 야생화 공부가 끝났다고들 한다.

꽃대 하나에 여러 송이가 피고 꽃잎이 가늘며 해국처럼 향기가 별로 없으면 쑥부쟁이, 꽃대 하나에 꽃 하나씩 피고 주로 흰색에다 국화향이 나면 구절초다.

잎 가장자리에 굵은 톱니가 있으면 쑥부쟁이고, 작은 톱니에 꽃대가 많이 갈라지면 개미취다.

▲ 분홍 구절초.

음력 9월9일[九]에 꺾어[折] 말렸다 달여 먹는 풀[草]이래서 '구절초'란다. 오월 단오에는 줄기가 다섯 마디, 구월 구일이 되면 아홉 마디가 된다고 '九節草'로도 쓴다.

중국명 산국(山菊), 일본명 조선국(朝鮮菊). 낙동강 유역의 낙동구절초, 가는잎구절초, 바위구절초, 포천구절초 등 종류도 많다.

그 중에도 한라구절초는 잎이 조밀하고 아름다워 분홍빛 살풋 도는 꽃빛과 함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정읍(옥정호 구절초테마공원)과 공주, 익산에서는 해마다 '구절초축제'도 연다.

조선시대, 아이 갖기를 소원한 아낙이 파주(교하) 장명산 중턱의 약숫물로 밥을 짓고 구절초 달인 물을 먹어 아이를 갖게 되자 중양절(음력 9월 9일) 한양 사는 아낙들이 앞 다투어 달려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꽃을 너무 좋아해 지상으로 쫓겨난 어린 선녀가 가난한 시인을 만나 행복하게 살았다. 사또가 남편을 불러 시 짓기 시합을 벌였으나 남편이 손쉽게 이겼다.

말타기 시합을 했지만 말이 미친 듯 날뛰는 바람에 또 지자 선녀를 옥에 가두었고, 모진 협박과 회유에도 선녀가 절개를 지키자 마침내 의금부에 알려져 풀려났다.

하지만 세상 등쌀에 선녀는 시름시름 앓다 죽었고 아내를 그리워하던 남편 또한 따라 죽고 말았다는데, 이듬해부터 그들 집 둘레로 피어난 하얀 구절초, 천상의 선녀가 그토록 좋아했던 꽃이었으니 절개를 뜻하는 천상의 꽃이란 전설도 있다.

선모초(仙母草)로 알려진 구절초는 옛부터 부인병에 좋다하여 약재로 써왔다.

꽃잎을 응달에 말렸다가 차로 마셔도 좋은 이 땅의 보배다. 속을 보하며 위장활동을 돕고 몸 안을 따뜻하게 한다.

전초가 건위 기관지염 후두인후염 비염 만성기침 감기 폐렴 안정 두통 탈모 혈액순환 설사 손발 찬데 등에 좋다.

특히 지방질 분해작용이 강해 다이어트에도 좋고, 치통에 즙이나 끓여 우려낸 물을 입에 물고 수분간 있으면 통증이 가라앉는다.

장복하면 혈관벽의 노폐물을 제거하고 혈액 속 콜레스테롤 양을 줄여 동맥경화를 예방해준다.

섬진강의 시인 김용택은 <느티나무 아래 일찍 핀 구절초꽃 같던 그 여자>라고 노래하고 <구절초꽃 피면은 가을 오고, 구절초꽃 지면은 가을 간다>고 읊었다.

김해화 시인은 <가슴 속에서 걸어 나가/ 저기/ 하얗게 핀/ 그리움>이라 읊었다. KBS '6시 내고향 - 가을에 구절초 피면'의 눈송이같이 허옇게 덮힌 구절초밭을 보고 그만 숨이 턱 막혔다.

언양 반구대 정몽주 선생 유배지에 가서 구절초 구경을 해얄 텐데… 구절초 피는 천성산 아래 '잎새바람'에 가서 맑은 계곡물소리 듣고 싶다.

그래서 읊조렸다.
음력 구월 구일, 제비 간다는 중양절(重陽節)/삼짇날 돌아왔던 흥부네 집 제비/행복 한 아름 안겨주고 돌아가누나/구절초 이 날 꺾어 잘 말렸다가/손주 낳고 손발 찬 딸 달여 먹였네//구절초밭 가고 싶다 눈내린 꽃밭/공주 장군산 만 평 구절초/하얀 꽃 가득 따 바람 속 그늘에 말려라/한 모금 마시면 가을 독차지/입 안에 맑은 기운 몸을 덮히고/혀끝에 남는 맛 진한 삶의 맛일 터//서러워하지도 말라, 분해도 말라/구절초 속 깊어가는 가을 익는 걸로/새로운 결실을 노래하라/영혼 깊이 사무치는 내 마음의 노래로/이 가을 주신 분께 감사하라. 

▲ 김종화 시인

글쓴이 김종화 시인은 남촌문학관장으로
남구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여 년간 자생식물연구가로 활동하며
들꽃정원 초애원을 운영하고 있다.
시집「흰금낭화 같은 그대」
「田園」등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