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 밴드 츄러스 멤버들이 토요일 연습시간에 모여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2011년 '아지맘' 자녀들로 결성
중·고교생 14명 구성 매주 연습
버스킹 등 공연만 50여 회 실력파

학업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놀거리가 부족한 요즘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건전한 취미생활 공간을 직접 마련해 눈길을 끈다.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남구 용호동 용호종합사회복지관 한켠에서는 신나는 밴드음악 연습이 한창이다.
이들은 중·고등학생 14명으로 구성된 청소년 밴드 '츄러스'

좁은 연습실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학생들의 손에는 저마다 악기가 손에 들려 있다. 이내 곧 악보가 돌려지고 공연 회의를 하는 모습이 성인 밴드 못지않게 진지하다.

1년 여 간의 준비 끝에 지난 2012년 1월 창단된 츄러스는 용산초 통학로 안전을 지키기 위해 모인 '아지맘(아이들을 지키는 맘)'모임 자녀들로 출발했다.

아지맘 송안나 초대 회장은 "학교, 학원 등 학업에 시달린 아이들에게 건전한 취미생활을 통해 휴식을 주고 싶은 마음으로 출발했다"며 "사랑의 열매, 부산문화재단, 남구청 등 공모사업에 학부모들이 직접 응모해 밴드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말이 밴드지, 처음엔 합주는커녕 연주조차도 쉽지는 않았다. 아이들은 대부분 악보를 제대로 볼 수 없어서 멜로디를 통째로 외워야 했고 악기를 다루는 능력도 천차만별이었다.

공간 마련도 시급했다.

"처음에는 장소가 없어 학생들의 집 또는 장사하는 식당을 전전하면서 대학생들의 재능기부를 받아 연습을 시작했어요. 아이들의 참여가 늘면서 복지관에서 장소를 마련해주고 공모사업에도 선정돼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5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학생들이 다루는 악기는 일렉기타, 베이스기타, 통기타뿐만 아니라 드럼, 카혼, 젬베 등으로 늘면서 단체 합주부터 팀별 공연까지 장르가 다양해졌다.

게다가 대부분 오랜 기간 멤버로 활동하며 공연을 펼치다보니 서로의 눈만 봐도 마음을 읽을 정도로 뛰어난 호흡을 자랑한다.

결성 첫 해 11월 용산초 학예회 공연을 시작으로 매년 정기공연 뿐만 아니라 버스킹과 바자회 자선공연도 꾸준히 이어오면서 이미 50여회 이상 공연을 마쳤다.

이중 박수화(용문중3)양은 5년차 멤버로 베이스 기타를 맡고 있다.

최근에는 드럼 연주에 빠져 있다는 박 양은 "5학년 때 처음 기타를 잡았는데 손이 작아 기타 줄도 잡기 힘들고 손가락 피부도 벗겨지면서 힘들었지만 즐겁게 음악을 배우다 보니 어느덧 학교 내에서 베이스 기타 넘버1으로 통한다"고 웃어 보인다.

이석현(용호중1)군도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기타를 잡았다. 이 군 역시 손에 잡히지도 않아 버겁게 들었던 기타였지만 이제는 베이스기타로 무대를 휘젓는 베이시스트가 됐다.

학생들과 함께 참여 중인 아지맘 송안나 회장은 아이들의 취미생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학부모들이 사춘기 자녀와의 대처법에 대해 걱정들이 많은데 이곳 학생들은 음악을 통해 서로 소통하며 사춘기가 어떻게 지날지도 모를 정도로 지나간 것 같아요. 음악을 통해 힐링을 받아서 그런지 가정에서도 다툼도 거의 없어요"

음악을 통해 소극적인 성격을 극복한 멤버도 있다.

베이스를 맡고 있는 이익찬(분포중3)군은 음악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한다.  첫 공연 당시 고개도 못 들고 공연했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은 항상 무대가 즐겁고 자신감이 넘친다고.

츄러스는 오는 4월부터 매월 마지막 주에 열리는 복지관 바자회 공연 그리고 6월 해운대 버스킹 페스티벌 참여 준비로 연습에 한창이다.

츄러스의 악기 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송홍준 강사는 "지난 4년간 음악을 통해 성장해 가는 멤버들의 모습을 보면 깜작 놀랄 정도이다"며 "청소년들의 건전한 놀이문화 공간이 보다 풍부해 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