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열린 찾아가는 오륙도 가요제 문현4동경로당 편에 참가한 어르신들이 행사 도중 댄스경연을 통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박자 놓쳐도 얼굴엔 미소 가득
출연자 열창에 관중 환호 보답
나눔재단 봉사자 무병장수 기원

마지막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8일 찾아가는 오륙도가요제 행사가 문현동 장고개에 위치한 문현4동 경로당에서 열렸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문현4동 주민복합센터 내 2층 강당에서 열린 이날 가요제에는 50여 명의 경로당 회원들이 참여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이날 처음 후원에 나선 나눔재단 회원들과 동주민센터 관계자 등도 함께해 경로당 어르신들의 끼와 숨은 재능을 지켜봤다.

1세대 레크리에이션 강사 출신의 김상일 씨 사회로 열린 가요제의 첫 순서는 곽혜수(73)씨 였다.

꽃무늬 정장을 곱게 차려 입은 그는 첫 순서 탓인지 박자를 놓치긴 했지만 노래 후반부로 갈수록 안정감을 찾아 박수를 받았다.

이어 박용주(74)씨가 무대에 올라 설운도의 ‘원점’을 구수한 목소리로 불러 여성 참가자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 가요제 객석을 가득 채운 어르신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문현4동에 3년 밖에 살지 않았다며 자신을 소개한 정호석 씨는 ‘울어라 열풍아’를 차분한 목소리로 불렀다. 안정된 리듬감을 유지해 심사위원으로부터 좋은 심사평을 들었다.

뒤를 이어 이순란(73)씨가 수줍게 등장했다. 다소 긴장한 탓에 목소리를 떨렸지만 몸을 좌우로 움직이며 박자를 맞췄다. 노래가 끝나자 진월막(80)씨가 ‘개나리 처녀’를 신나기 부르기 시작했다. 박자는 순간순간 놓치긴 했지만 특유의 환한 미소를 보이며 관중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경비원 복장의 김창기(70)씨는 ‘대지의 항구’를 멋들어지게 부르며 청년 못지않은 열정을 보였다.

다음 순서는 초대가수 무대였다. 지난해 오륙도가요제 연말결산에서 입상하면서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노고담이 멋진 의상을 선보이며 무대에 올랐다.

신나는 곡이 울려 퍼지자 참가 어르신들은 가수 곁으로 모여 노래를 함께 부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 두 명이 흥을 돋우기 시작해 나중에는 모든 참가자들과 관중이 한데 어우러져 신명나는 무대를 연출했다.

열광의 무대는 남녀 춤경연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박수로 승부를 가른 결과 여성팀 승리.

이점순(72)씨는 ‘찔레꽃’을 들고 나왔다. 그가 노래 부를 때는 동료들이 함께 나와 박수를 치며 응원했다.
점잖은 모습으로 마이크를 잡은 윤학봉(80)씨는 ‘울고 넘는 박달재’를 꼿꼿한 자세로 불러 여성팬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조용필의 히트곡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출전곡으로 택한 이는 주향남(77)씨 였다. 자주색 바지가 인상적인 그는 표정만큼은 조용필 보다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영순(77)씨는 주현미의 ‘신사동 그사람’을 멋들어지게 불렀다. 특히 모시옷을 곱게 차려입고 박력(?)있게 부르는 모습을 지켜본 관중들은 포복절도했다.

역시 초대가수의 무대는 빛이 났다. 이미자 이미테이션 가수로 유명한 임미자가 ‘흑산도 아가씨’와 ‘섬마을 선생님’을 연달아 부르자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이미자가 왔는갑다!”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초대가수의 노래가 끝나자 최대화(76)씨와 오덕금(76)씨가 ‘사랑님’과 ‘고추’를 부르며 가요제의 대미를 장식했다.

심사를 하는 동안 작곡가 겸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우암동 출신의 박건우가 기타를 들고 나와 신유의 ‘일소일소 일노일노’를 불렀다. 이어서 경로당 총무가 하모니카를 들고 나와 나훈아의 ‘해변의 여인’을 멋지게 연주해 박수 갈채를 받았다.

심사 결과 영예의 최우수상은 ‘대지의 항구’를 부른 김창기 씨에게 돌아갔다. 우수상은 ‘울어라 열풍아’를 부른 정호석 씨가 차지했다. 장려상과 인기상은 진월막 씨와 박영순 씨가 받았다.

부산지역에서 나눔과 배려의 정신으로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는 나눔재단과 처음 연 찾아가는 오륙도가요제 ‘문현4동 경로당’순서는 건강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어르신들의 미소와 열정이 빛났던 자리였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출연자 전원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무병장수를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