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급변함에 따라 공무원의 역할과 책임도 막중해 지고 있다. 단순한 민원서류 발급은 물론 사회 구성원 간 복잡하게 얽힌 민원 해결까지 그 범위는 점차 넓어지고 있다. 특히 사회복지와 관련한 주민들의 욕구 증대로 이 분야 공무원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예산부족 등으로 복지욕구를 충족시키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다른 대안은 없을까.
여기 부산의 한 구청 공무원들의 역할이 모범답안이 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지역의 소외계층과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을 위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노력을 살펴보자.

■ 사례 1

“그 공무원 때문에 후원합니다”

해운대구에 소재한 모 기업체는 지난달 11일 남구를 방문해 관내 지역아동센터 등 사회복지시설의 쾌적한 실내 환경에 도움을 주기위해 772만원 상당의 제습기 25대를 기탁했다.

이 업체는 2013년부터 남구 주민과 사회복지시설 등에 가전제품과 주유상품권 등 모두 1억 1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후원했다.

해운대에 사업장이 있는 기업이 왜 멀리 있는 남구에 물품을 기부할까. 담당자 말은 한마디로 한 공무원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기획감사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 씨가 주민지원과에 근무할 때 진정성을 가지고 설득하는 모습에서 후원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것.

담당자는 “우리가 아무 연고도 없는 남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그 직원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직원이 다른 부서로 발령 받은 것을 매우 아쉬워하고 있다.

“솔직히 그 분 때문에 기부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발령이 나 난감합니다. 주민과 접촉하며 온기를 나누는 부서의 직원들은 오랫동안 한 부서에 근무토록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담당자는 마지막으로 박○○ 씨가 다시 주민지원과로 발령받지 않으면 내년 후원은 장담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 사례 2

“이왕이면 남구를 도와주세요”

황○○ 과장 역시 후원기업을 끈질기게 설득해 지역 주민들이 수혜 받도록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황 과장은 국내 최초 민간 정유사로 잘 알려진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들에게 사회공헌활동을 남구에서 펼쳐 줄 것을 요청, 마침내 5000만원에 가까운 성금을 유치하는 데 적잖은 기여를 했다.

현대오일뱅크 1% 나눔재단(이사장 김창기)은 지난 6월 남구노인복지관에 저소득층 어르신들의 무료 점심 급식을 위해 매년 4500만원을 후원하기로 했다.

이 후원은 저소득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점심 안끼를 챙겨드리기 위한 현대오일뱅크 1%나눔재단의 ‘진지방’사업으로 서울 관악구와 강북구, 서산시에 이어 네 번째다.

후원금은 복지관을 이용하는 저소득 어르신 50명을 선정, 1년간 무료로 점심제공하고 연 1회 나들이 비용으로 충당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 하원준 팀장은 “오일뱅크 영남본부는 연제구에 위치해 남구가 거리가 먼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황 과장이 끈질기게 전화를 걸어와 후원을 남구에 해 줄 것을 당부해 이번에 후원금이 전달 될 수 있도록 도왔다”고 밝혔다.

하 팀장은 또 “기부활동을 많이 했지만 솔직히 담장직원이나 구청장 등이 그다지 고마워하지 않는 것을 느꼈다”며 “하지만 남구는 황 과장을 비롯해 모든 직원들이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고 감사를 표해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진지방 사업은 원칙적으로 1년짜리 사업이지만 별일이 없는 한 남구에 계속 후원하게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위 사례를 보면 공무원 한 명의 역할과 기여도에 따라 후원업체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친절공무원 차원을 넘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비즈니스 개념의 창조적인 공무원으로 칭찬받아 마땅하다.

공무원 인사는 통상 2~3년 주기로 돌아오는데, 특정 부서에서 괄목한 성과를 내는 직원들은 전문성을 길러줄 필요가 있다는 점도 살펴봤다. 그리고 업무에서 큰 성과를 내면 특진이나 과감한 인센티브 지급 등 강력한 동기부여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