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래를 부르며 망향의 설움을 달랬다는 평북 정주 출신의 김재복 씨가 가요제에서 혼신을 다해 노래 부르고 있다.

안정된 음정 특색 있는 음색 호평
부산클래식합창단 활동 실력 키워
건강위해 죽는 날까지 노래 부를 터

지난 11일 열린 제2회 찾아가는 오륙도가요제에서 영예의 대상은 김재복 씨에게 돌아갔다. 상패와 부상으로 대형 TV를 받은 그를 무대 뒤에서 만나봤다.

85세라는 나이를 무색케 하는 당당한 체구와 기품 있는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수상 소감을 물어봤다.

“먼저 이런 상을 준 오륙도신문 관계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가족과 대연3동 남구효도노인대학 동료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나누고 싶습니다”

김 씨는 “대상 수상 소식을 어떻게 벌써 알았는지 부인과 딸들이 축하전화를 걸어오고 노인대학 친구들이 핸드폰 문자로 격려의 글을 보내와 어인이 벙벙하다”며 갑자기 쏟아진 주위 관심에 놀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김재복 씨가 이번 가요제에서 부른 곡은 안다성의 ‘사랑이 메아리 칠 때“이다. 이 노래는 지난 9월 열린 예선에서 불러 최우수상을 받았던 곡이기도 하다.

김 씨는 심사위원들로부터 정확한 음정과 박자, 그리고 가곡풍의 그만의 독특한 음색이 노래의 맛을 살렸다는 평가를 들었다.

이번 대회를 위해 그는 틈나는 대로 목청을 가다듬으며 정성을 기울였다. 고진감래 끝에 대상의 영예를 안을 수 있었던 것이다.

평북 정주 출신의 김 씨는 한국전쟁 당시 혈혈단신 남하해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경찰공무원과 미군부대 군무원 등으로 근무할 때나 국제시장에서 장사를 할 때 모두 그의 곁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고향에 두고 온 부모님과 남동생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그럴 때마다 김 씨는 노래를 듣고 불렀다.

“녹록치 않은 삶을 살다보면 누구나 심신이 지쳐가기 마련이죠. 저 역시도 고향에 있는 가족을 생각하며 힘들 때가 너무 많았습니다. 그럴 때는 노래를 부르는 수밖에 없었어요. 애창곡을 한곡 뽑을 때만이라도 향수병을 이길 수 있으니까…”

그러다보니 김 씨의 노래실력을 자연스럽게 늘었고 훗날 각종 가요제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데 자양분이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무작정 홀로 집을 떠나 타향살이를 하다 보니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노래를 불렀죠. 그게 제가 노래를 잘하는 비결이라면 비결이지요”

요즘도 황령산에 오르내리면서 자신의 애창곡들을 부른다. 특히 고향을 주제로 한 가곡과 동요를 부르며 망향의 한을 달래고 있다.

노래에 대한 열정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2년 전 부산클래식합창단에 입단해 전문가로부터 기법을 익히고 있다. 다니는 교회에서 특송을 부를 만큼 노래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부인 장영애(79)씨와이 사이에 4녀를 둔 김 씨는 생이 다하는 날까지 노래를 부르며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말로 인터뷰를 끝냈다.

“이 나이에 무슨 소원이 있겠습니까? 그저 건강이 최고잖아요. 죽는 그날까지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부르며 즐겁게 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