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째 빈병을 모아 어르신 마을잔치를 열고 있는 조순자 씨가 사랑의 하트를 그려 보이고 있다.

3년 째 어버이날 맞춰 봉사실천
주민들도 십시일반 온정 나누기

올해 저소득층 노인 300명 초청
떡 과일 제공 행복한 마을 만들기

"30년 전 핏덩이 아이와 무작정 상경한 곳이 우암동이었습니다. 지금도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따뜻하게 저희를 맞아준 지역을 위해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빈병을 모아 저소득 어르신들을 위한 마을잔치를 해마다 열어온 주민이 있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우암동 장고개 입구에서 '우암동 쉼터'를 운영하는 조순자 사장(54).

조 사장은 지난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어르신들에게 떡과 음료수를 대접하는 행사를 열었다.

올해로 3회를 맞은 행사는 우암동 지역의 저소득 어르신들을 위한 잔치로 자리 잡으며 300여명이 이곳에서 떡과 과일을 나누며 어버이날을 기념했다.

사실 행사 이름도 없고 거창한 규모는 아니지만 기금 마련을 위해 조 사장이 1년간 빈병을 수거하고 이웃 주민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은 만큼 어떤 행사보다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빈병아줌마’로 통하는 조 사장이 행사를 처음 시작한 것은 3년 전 우암동 쉼터를 열면서 부터다.

조그만 가게에 커피 한잔을 단돈 500원에 판매 하면서 어르신들에게는 소중한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 있다.

"우암동 지역의 어르신들은 80%는 기초수급자로 생활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낮에는 이분들을 위한 쉼터를 제공하기 위해 저렴한 가격에 음료를 내놓고 있습니다"

조 사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어르신들을 위한 행사를 열어주기 위해 빈병을 모으기 시작했다.

가게에서 나오는 빈병을 모은 금액을 합쳐 지난 2014년 5월 8일 처음으로 어버이날 행사를 열었다.

100여명의 어르신들이 모였고 입소문이 나면서 주민들이 공병도 가게에 갖다 주면서 지난해에는 60만원이 모였다. 여기에 이웃주민들이 십시일반 성금도 내놓아 300여명이 참여하는 마을잔치로 거듭났다.

지난해 12월에는 기초수급자 노인 한 분이 쌀 한가마니를 기탁해 떡국 잔치도 열었다.

"어르신 한 분이 주민센터에서 받은 쌀을 기부해 주셨는데 방법을 고민하다 떡국을 해드리기로 마음먹어 잔치를 열어 드렸습니다. 지금도 고맙다며 커피라도 팔아주신다며 쌈짓돈을 들고 오시는 어르신들에게 오히려 감사드립니다"

조 사장은 우암동에 첫 발을 딛었을 때 받은 마음을 지금에서야 조금씩 갚아 나가서 오히려 죄송스럽다고 말한다.

"결혼 실패 후 맨몸으로 갓난 아이와 함께 무작정 우암동을 찾았는데 주민 한 분이 다가와 사정을 듣고 따뜻한 밥을 사주시면서 용기를 주신 것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나중에 꼭 이 마음을 갚겠다고 생각했는데 먹고 살기 힘들다는 핑계로 이제야 조금씩 시작하게 됐네요"

5평 남짓한 가게를 운영하며 생업을 이어나가지만 그 동안 우암동 주민분들 덕에 장사하며 먹고 살았다며 형편이 되는대로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 우암장학회 활동과 지역에 일손이 모자라는 장소에서 꾸준히 봉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조 사장은 "우암동은 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들이 대부분 지내고 있는 만큼 지역 사회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이웃들과 함께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