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구 남구 열섬현상 심화
연안지역 고층아파트 개발 원인
콘크리트·유리 건물 지면 데워

최근 휴대전화에 “폭염경보가 내렸으니 조심하라”는 긴급재난 문자가 뜨는 날이 늘어나고 있다.

부산지역에서도 연일 찜통 무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연안 개발로 인한 열섬(Heat island·도시의 기온이 교외보다 높아지는 현상)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연구조사가 주목받고 있다.

부산대 도시기후연구실 김유근 교수와 김현수 박사 등이 참여한 '부산지역의 도시열섬 구조 변화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00년 부산진구와 동래구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고온지역이 2010년 남구와 해운대구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구와 해운대구의 열섬 심화되고 있는 반면 분지 지형으로 그 동안 더운 지역에 분류된 동래구 일대는 열섬 현상이 완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00년대 이후 해운대와 남구 지역에 급속하게 늘어난 고층밀집건물과 이로 인해 증가한 차량과 인구 등 인위적인 요인들을 그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실제로 2000년의 남고북저형이었던 기온 배치는 2010년 동고서저형으로 변화됐다. 도시와 시골 간 기온 차가 5도 이상 나타나는 강한 열섬 현상의 발생 빈도는 동래구가 10년 사이 60~70%가량 감소한 반면 남구는 30~60%가량 증가했다.

남구의 경우 야간시간대에 열대야 현상까지 빈번히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풍의 영향으로 과거 냉섬(Cool island·도심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낮게 나타나는 지역) 효과를 누렸던 연안지역이 고층아파트 등의 개발로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

이처럼 도시화에 따라 열용량이 큰 콘크리트 건물이 밀집되고 도로 포장으로 도시의 불투수층(지하수가 통과하기 매우 어려운 지층)이 증가하면서 도시 열섬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여기에 차량 이동도 많고 특히 인구 밀도가 높아지면서 에어컨 실외기 등이 열을 발생하는 것도 도심지 온도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

특히 빌딩 숲의 경우 열 이동을 방해하고 최근 들어서 유리로 된 건물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햇볕이 여기저기 반사되면서 지면을 더 데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고층 빌딩으로 인해 도시의 바람길이 막히고 있다며 개발이 진행 중인 동부산의 경우 열섬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 박사는 "연안지역에 고층건물이 꾸준히 들어서면서 해풍을 막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동부산의 경우 교통량도 증가하고 있어 열섬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올해를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로 예상했다. 입추인 지난 7일에도 부산에 폭염 경보가 발령하는 등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연안 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열섬 현상을 타개할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