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희 시인이 30년 투병생활의 아픔과 배움의 한을 시심으로 녹여 출간한 자신의 시집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초졸 학력 불구 시 공부 매진
1년 만에 등단과 함께 책 출간

30년 투병생활 희망으로 승화
시 쓸 때 행복해 하는 자신 발견

'초등학교 밖에 다니지 못했던 배움의 한과 힘들었던 유년의 추억 그리고 일 년에 절반은 병원에서 보내야 하는 아픈 몸으로 세상을 얼마나 원망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지옥과도 같았던 지난날들을 한권의 시집에 담아내고 보니 아름다운 세상과 행복한 나를 발견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지난 30년간 힘겹게 병마와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여성이 희망적 메시지를 담아낸 시집을 출간해 화제다.
시를 통해 삶의 희망을 되찾았다는 이경희 (신선동·55)씨가 바로 그 주인공.

문장 21을 통해 지난해 시인으로 등단한 그는 최근 자신의 첫 번째 시집 '나 여자라서 행복해'(도서출판 문장21)를 통해 어렸을 적부터 써온 성장 일기 145편을 엮어 냈다.

흰색 배경에 핑크빛 하트가 들어가 있는 표지 속 행복이란 단어처럼 시집은 전체적으로 밝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
나 여자라서 행복해' 시는 아픔 속에서도 새소리에 깨고 뱃소리에 깨면서도 오늘도 즐거워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립스틱을 바르며 행복해하는 필자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투병과 병상에서의 이야기를 다룬 '덜렁이의 하루', '한 지붕 여섯 가족' 그리고 아버지의 대한 원망과 사랑 그리고 용서를 닮은 '육신의 한' 등 모두 용서와 감사함을 담고 있다.

시를 읽어가다 보면 결코 녹록치 않은 삶을 살아온 시인의 글들이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
나 여자라서 행복해'라는 책 제목과 달리 이 씨는 행복한 인생을 살지 못했다. 오히려 행복과는 대척되는 살을 살아왔다.

이 시인은 30년 넘게 변형성 협심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 수술조차 받을 수 없는 희귀성 병으로 그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설상가상 암까지 발병해 생사고비를 수차례 넘나들었다. 그동안 받은 대수술만 5차례, 여기에 끊임없는 시술로 그녀는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삶을 이어왔다.

이 시인의 최종 학력은 초졸이다.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초등학교를 마치자마자 봉제 공장으로 보내지면서 끊겼던 배움의 한은 꼬리표처럼 평생 괴롭혔다.

"세상에 대한 원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말로 꺼내지 못하고 항상 속에 담아두거나 일기를 통해 글을 쓰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언제부턴가 혼자 시를 써오며 가슴 속의 말을 세상에 꺼내 놓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시인이 책을 펴내겠다는 결심을 한 것은 불과 1년 전이다. 빠듯한 형편에 쫓겨 시를 제대로 배워 본적도 없었다.

막연한 마음으로 10년 동안 습작해 온 시와 일기를 들고 무작정 남구 문현동 문장21 최철훈 시인을 찾아 시를 배웠다.

"직접 찾아도 가고 이메일로 시를 주고받으며 교육을 받았어요. 선생님의 말씀은 원망과 미움을 버리고 행복한 마음으로 한자 한자 시를 써라. 그게 가장 기본이라고 항상 말씀해 주셨어요"

시 한편을 완성하고, 어두운 글과 마음을 지워내고 다시 쓰다 보니 어느덧 마음의 한이 행복한 마음으로 승화되는 것을 느꼈다.

여기에는 누구보다 가족들의 힘이 컸다.

평생 동반자로 살아온 남편은 공부하는 그를 위해 TV볼륨을 낮춰줄 만큼 배려심이 크고 아들 내외는 시집을 내라며 몰래 용돈을 쥐어줬다. 딸은 엄마가 자랑스럽다고 응원 문자를 보내왔다.

시집이 나오자 그를 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병원 주치의는 물론 간호사들은 책을 구매하고 싶다고 하고 친구나 친척들의 응원 물결도 이어지고 있다.

그녀의 작업실은 직접 지은 집으로 뒤로는 봉래산이 보이고 앞으로는 송도 등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그의 시가 잉태되고 세상과 호흡한다. 마냥 행복하고 설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시인은 이곳에서 제2, 제3의 시집 출간을 꿈꾸고 있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바다가 훤히 보이는 집 베란다에서 립스틱을 바르며 시상을 떠올리고 있다.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