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권의 책을 동시 출간한 수필가 김정화 씨.

‘장미, 타다’, ‘가자미’ 출간
오빠에 대한 아련함과 그리움 오롯이
잊혀진 옛것 특유의 시선으로 담아내

"그가 장미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었다. 가지런한 잇몸 사이에서 흰 연기가 뿜어 나올 때마다 손가락이 가냘프게 떨렸다. 빨갛게 타들어가는 장미를 지켜보면서 인생은 저렇게 태워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중략> 잉걸불이 되지 못한 채 꺼져버린 장작 같은 낡은 몸일지라도, 훌훌 태우고 싶은 본능을 잊지 못하는지 여전히 장미 담배를 붙들고 있다 - 장미, 타다 중에서'

부산시문인협회 김정화 수필가가 가을을 앞두고 연이어 2권의 문집을 펴내면서 지역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06년 '겨울소리'를 통해 수필과비평에 등단한지 10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김 수필가는 최근 선집 장미, 타다(수필과비평사)와 자신의 세 번째 수필집 가자미(좋은수필사)를 출간했다.

먼저 '장미, 타다'는 현대수필가 100인선Ⅱ의 스물다섯번째 문고판 선집이다. 모두 181쪽으로 4부로 나뉘어 38작품이 들어가 있는데 최근 작품부터 과거까지 작가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이 가운데 수필 '장미, 타다'는 작가의 이복 오빠에 대한 아련함과 그리움이 녹아있다.

어린 시절 이복오빠를 처음 만나게 됐을 때 장미가 햇볕에 타던 계절, 뇌출혈로 요양병원에서 지금까지 지내면서도 여전히 좋아하는 장미 담배, 30년 동안의 기억이 멈춰버린 오빠의 인생이 탄다는 3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다.

"더 바짝 몸을 낮추어본다. 마른 잎이 땅에 떨어지고 나무 그림자도 길게 몸을 눕힌다. 때가 되면 지상의 모든 것이 아래로 엎드린다. 바닥의 삶이라도 어떤가. 생을 먼저 깨우쳤다고 위로하면 괜찮다. 이만하면 가히 됐다. - 가자미 중에서"

'가자미'는 작가가 지난 2013년 두 번째 수필집 하얀 낙타 이후 3년 만에 발간한 수필집이다.

30여편의 수필이 실려 있는데 이중 납작 엎드리고 모래바닥 밑에 붙어사는 가자미의 시선으로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격려하고 안위하게 만든다.

수필집에는 독특한 소재가 많이 등장하는데 우리 주변에서 잊혀 가는 것들에 대한 아련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요강, 이발소, 우체통, 성냥, 다방 등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정겹다.

작가가 직접 찾아다니며 경험하고 느낀 오래된 목욕탕과 연탄공장, 시골 이발소 등을 담은 글을 읽다보면 어느새 무심한 세월과 함께 변해버린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김 수필가는 "3번째 수필집과 선집이 동시에 발간하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수필을 통해 문화적 정취를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정화 수필가는 경남 김해 출신의 김정화 수필가는 지난 2006년 수필가 비평을 통해 등단한 이후 제3회 천강문학상 우수상(2011년), 부산수필문인협회 올해의작품상(2011년), 제19회 부산문학사 우수상(2012년), 제19회 신곡문학상 본상(2014년), 광남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당선(2015년)등을 수상했다. 대표 저서로는 수필집 '새에게는 길이 없다', '하얀낙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