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영식 상임대표가 김영란법의 시행을 계기로 부패가 만연한 우리사회를 자정하고 깨끗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청렴 특강 요청 쇄도 바쁜 나날
더치페이 문화 확산 법 시행 실감
깨끗한 대한민국 만드는 계기되길

지난달 28일부터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우리 사회에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그동안 청렴 특강에 나서는 강사들이 때 아닌 특수를 누리면서 '귀한 몸'이 됐다. 직무와 청탁의 경계선이 애매한 탓에 직원들이 실수로 법을 위반할 수 있다고 고민하는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의회의, 기업체들의 특강 요청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명성기구 부산지역본부 황영식 상임대표 역시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공공기관부터 일반 기업까지 그의 달력에는 강의 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다.

스타강사(?)로 떠오른 황 상임대표를 만나 김영란 법 시행 배경과 청렴에 대한 의미를 들어봤다.

-요즘 근황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김영란 법 시행이후 상당히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 기관은 중앙·지방행정기관, 시·도교육청, 일선 학교, 언론기관 등 4만개에 이르고 적용대상 인원이 400여만 명에 달하면서 이에 대한 강의 요청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간 30차례 정도의 청렴 강의를 나갔지만 지금은 하루 3~4군데 특강을 진행할 경우도 종종 있다. 그동안 공공기관 초청으로 주로 강연을 했지만 최근에는 일반 기업까지 강의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청렴이 화두가 되고 그 중요성과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행복한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영란법의 발의 배경과 필요성은 무엇인가.
▲청탁금지법이 제정된 배경에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부정부패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청렴도는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27위로 그 이전부터 경제적 규모나 국력에 비해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 왔다.

여기에 공무원 청렴도 인식수준이 일반 국민과 생각하는 괴리가 상당한 것도 법의 제정 배경에 중요한 작용을 했다.

지난해 국민권익위가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부패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반 국민 중 57.8%가 ‘공직사회가 부패했다’고 답한 반면 공무원들은 3.4%만 ‘부패했다’고 답해 대조를 이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과거에는 뇌물죄나 알선 수재 등 형법상의 처벌규정과 부패방지법, 또는 각 기관의 윤리강령이나 행동강령만으로는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불법로비와 부정청탁, 금품수수를 추방하고 엄정 하게 처벌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김영란법에 가족의 범위가 배우자로 협소하게 규정되는 등 일부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이 이 법에 기대를 거는 것은 부정부패의 대명사인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라는 악습을 끊어버릴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어떤가.
▲식사 대접비, 선물, 경조사비등과 같은 비용이 각각 3만원 미만, 5만원 이하, 10만원 이하 까지는 허용된다는 즉 ‘3, 5, 10 법칙’, 그리고 직무관련성이 없는 경우에는 1회 100만원, 연 300만원을 초과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은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결혼식장에는 대형 화환을 보기가 힘들어 졌으며, 밤에는 술자리가 줄어들어 술집이 한산해지면서 대리운전업체에서는 대리를 찾는 전화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언론 보도를 보며 김영란 법이 우리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더치페이'문화가 자리 잡으며 청렴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한국 사회에 김영란 법 발효는 온 나라가 떠들썩할 정도의 충격에서 관심사가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가까운 관계에서부터 시행해 보면 곧 익숙해 질 것으로 기대한다.

-법 시행으로 사회가 경직되는 우려도 있는데 당부하고 싶은 말은.
▲먼저 청렴에 대한 의미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진정한 청렴이란 직분에 상관없이 자기가 맡은 소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특히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직사회는 국민들로부터 권력을 이임 받은 공권력을 사용하는 곳인 만큼 좀 더 강한 의무를 가져야 한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공직사회가 일명 몸 사리기 행정을 초래하진 않을까 걱정되고 있다. 법 시행 이후 자칫 분란에 휩싸일 것을 걱정해 소극적 행정처리, 복지부동 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일하지 않는 것이 하얀 봉투 보다 더 큰 부패라는 생각을 가지고 초심으로 돌아가 적극 행정서비스와 봉사정신을 가져 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끝으로 모든 제도가 그러하듯 김영란법 역시 시행과정에서 나타나는 개선과제는 불가피하다. 필요성이 공감되었다면 이제는 적용과 함께 정착시키기 위한 사회적 협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래야 변화하는 사회를 제도가 뒤처지지 않고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김영란법 시행이 우리사회 청렴문화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고 깨끗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그 시발점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