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에 두고온 가족을 만나기 위해 60여 년 간을 기다려 왔다는 차영락 할아버지가 부인 조복준 여사와 통일의 간절함을 얘기 하고 있다.

최근 남북 간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가시화 되면서 이산가족들은 북측의 가족을 만날 설렘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남구 대연동에 거주하며 올해로 백수를 맞은 차영락 할아버지와 조복준 할머니(90)의 사연이 알려지며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4후퇴로 가족과 생이별

평안남도 진남포(현 남포)가 고향인 차 할아버지는 6.25전쟁 1.4후퇴 당시 혈혈단신 남한으로 피난왔다. 처음에는 금방이라도 가족과 만날 것 같았지만 남북이 단절되면서 고향의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만 했다.

이복형과도 소식이 끊기면서 할아버지의 향수병은 커져만 갔다. 그러다가 조복준씨와 결혼을 하고 2남1녀의 자녀를 낳아 키우면서 바쁘게 살아왔다. 고향생각은 잠시 누그러지는 듯 했지만 그의 마음속은 북에 두고 온 가족생각으로 가득했다.

전쟁이 끝난 후 국제시장에서 양복점을 하며 자리를 잡은 할아버지는 혈육을 찾기 위해 꾸준히 이산가족 신청을 해봤지만 모두 허사로 돌아갔다.

올해로 백수를 맞은 할아버지는 현재 노인성 질환으로 귀가 어둡고 다리가 불편하지만 고향으로 가고 싶은 마음만은 한결같다고 가족들은 전한다.

북으로 머리 두고 잠 청해

차 씨의 장남 차순봉(58) 씨는 "아버지는 지금도 고향에 가고 싶다는 말씀을 자주 하시며 북으로 머리를 두고 잠을 청할 만큼 향수병을 앓고 계시다"며 “특히 명절이 되면 가족들이 모인자리에서 고향과 음식 이야기를 자주 하시며 그리움을 달래신다"고 덧붙였다.

부인 조복준 할머니도 평안남도 맹산군 옥천면 출신의 실향민이다. 할머니는 6.25 당시 가족 모두가 함께 개성까지 내려왔지만 이별의 아픔을 겪었다.

"당시에 삼촌이 부산에서 육군 대령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소식에 남동생, 조카와 함께 부산의 삼촌을 데리러 내려왔지. 그런데 그 사이 3.8선이 그어지면서 아직까지 가족 소식도 모르고 살고 있는거야"

이산가족 마음 상처 치유해 주길

현재 경기도 양주시에 거주하는 남동생이 이산가족 신청은 계속하고 있지만 북측으로부터 소식이 없어 매번 등록대상에서 제외 됐다.

할머니는 "부모님은 이미 세상을 떠나셨을 것이고 조카들이라도 만나면 소원이 없겠다“며 ”혹시 만난다 해도 알아보지 못할까봐 걱정“이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할머니는 또 “할아버지가 100세가 넘도록 고향을 잊지 못하고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다”며 “하루빨리 남북이 하나 돼 이산가족들의 상처를 치유해 주길 바란다”며 눈시울을 적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