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찰청 전기사업체 관계자 입건
변압기 부실점검 신속대처 미흡 확인

지난달 기장군 정관신도시를 장시간 마비시킨 대규모 정전 사고는 이 지역에 전력을 독점 공급하는 업체의 관리·점검 부실과 안전관리 규정 미준수 때문인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9일 집단에너지사업법과 전기사업법 위반 혐의로 전기사업자인 정관에너지 전·현직 대표와 발전소장, 전기팀장 등 관계자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변압기 케이블에 대한 관리와 예방점검 부실, 안전관리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등 대규모 정전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정관에너지는 발전기에서 전기 3만kW를 생산해 2만 7000kW를 정관신도시에 공급하고 나머지 3000kW를 승압(22.9KV→154KV)해 한국전력 등에 판매하는 민간회사다.

경찰은 정관에너지 측이 변압기를 부실 시공했고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데다 정전사고가 났을 때 신속 대처하지 못해 대규모 정전사태가 장시간 이어진 것으로 봤다.

수사 결과 자료를 보면 정관에너지가 관리하는 154KV 변압기 케이블 끝 부분 절연체가 일부 손상된 상태에서 누전사고가 났다. 높아진 전류가 발전기 쪽으로 향하면서 차단기가 자동 작동해 발전기가 정지, 정전이 발생한 것이다.

경찰은 정관에너지 측이 예방점검도 부실하게 했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해 10월 말 민간업체를 불러 변압기를 분해해 정기 예방점검을 했지만 케이블 손상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예방점검 때 저주파 절연파괴 검사 또는 절연 저항 검사를 정밀하게 했다면 변압기 폭발에 따른 정전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며 "이후 점검에서도 변압기 케이블을 제대로 검사하지 않아 케이블 끝 부분이 손상돼 과열된 상황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정관에너지 측이 만성적 적자를 이유로 70억원이 드는 예비선로와 예비변압기, 예비 전원시설 등을 설치하지 않아 정전사고를 키웠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민간사업자인 구역 전기사업자가 운영하는 발전기는 한국전기안전공사에서 2∼4년 마다 위탁 정기점검을 하고 있는데 변압기는 발전기 시설에서 빠져 전기사업자가 자체 판단으로 정기검사를 하는 실정"이라며 "우회 선로나 예비 변압기 설치를 강제하는 규정을 새로 만들고 정기점검을 강화하는 등 산업통상자원부가 구역 전기사업자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9일 오전 10시 25분쯤 정관신도시의 전력을 독점 공급하는 정관에너지의 변압기 케이블에 이상으로 일대 아파트와 상가 등 2만 2803가구에 최장 9시간가량 전력공급이 중단되는 피해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