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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야한 여자가 좋다김정화 수필가
오륙도n신문  |  ord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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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21  11: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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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아이콘, 광마가 떠났다. 손가락질하고 돌팔매치던 사람들이 사회적 타살이니 시대를 앞서갔느니 호들갑이다.

언론도 달라졌다. 변태와 색마, 외설작가라는 수식어를 잽싸게 끌어내리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칭송하고 천재작가로 추켜세운다. 생전에 외면당하던 책들도 몸값이 뛰고 골방에 묻혔던 그의 그림마저 툭툭 먼지를 털고 일어설 기색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라’는 갇혀서 즐겁지 아니하다.

그는 시대의 아웃사이더였다. 성에 대해 점잖을 떠는 신사숙녀들 앞에서 ‘페티시 오르가슴’이나 ‘카타르시스란 무엇인가’ 같은 원초적 발언을 했으니 교수 동료들마저 ‘삐딱하게 보기’에 충분했으리라. ‘나는 찢어진 것을 보면 흥분한다’며 ‘가자 장미여관으로’ 재촉하고 ‘빨가벗고 몸 하나로 뭉치자’며 ‘더럽게 사랑하자’ 외쳤으니, 광마가 앞세운 ‘즐거운 사라’는 한반도를 강타했던 태풍 사라만큼 위력이 강했을 터.

결국 그의 소설은 대중의 질시 속에 ‘사랑받지 못하여’ 아쉽게도 ‘상상놀이’에 그치고 만다. ‘모든 것은 슬프게 지나간다’는 표제처럼 그의 ‘권태’를 짐작하게 되는 것을.

처절하게 외로웠다 한다. 누가 불러주질 않아 집에서만 지냈다고 했다. 솔깃한 글을 쓰고 아찔한 그림을 그리고 찌릿한 상상을 해댔다. 줄창 장미담배 연기만 날리며 그의 주인공 사라와 밀담을 나누었다. 밤이 없는 천당이 너무 밝아 달밤의 섹스도 없는 천당에 가기 싫다고 저항하던 사람이 외로움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스스로 무너졌다.

숨이 탁탁 막힌다. 참다 참다가 외롭다고 말할 때의 고통을 아는가. 그것은 생이 타들어가는 마른 숨소리 같은 거다. 여린 바람만 불어도 푹 주저앉는 물거품 같은 거다.

고독의 밑바닥을 쳐본 사람은 알고 있다. 외로움이란 근사한 찻집에서 홀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이 아니다. 자가용이나 타고 가서 바닷바람을 감고 폼 재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진짜 외로운 사람은 외롭다는 말을 내뱉지 않는다. 함부로 울지도 않는다. 외로움. 그것은 죽음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무서운 말이기 때문이다.

한때 그의 책을 비밀스럽게 읽었다. 조신한 새댁이 ‘야한 여자’나 ‘장미 여관’ 같은 단어를 입에 담는 것은 불경스러운 일로 여겼다. 나는 고향의 ‘오복당문고’라는 시골 서점에서 산 ‘가자, 장미여관으로’라는 시집을 달력으로 가린 채 은밀하게 힐끔힐끔 들여다보곤 했다.

정신보다 육체가 더 가치롭다는 말에 갸웃거리기도 했지만 여성의 욕망을 허영으로만 해석하지 말라는 부분에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여성 편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천재들이라면 반항을 꿈꾼다. 시대에 아둔한 그러나 누구보다도 예민한 자들이다. 그렇지만 이상과 현실이 어긋나서 패기마저 쉬이 꺾여버리는 여리디여린 사람들이다.

한때 세상을 향해 덤벼들던 문학의 별 하나가 떨어졌다. 시를 두들겨 패주고 싶다던 반역의 작가. 야한 여자를 위해 평생을 바친 심약한 남자. 감금된 사라를 하염없이 기다렸던 외로운 사람. ‘기쁘지도 않으면서 마주했던 우리의 만남, 죽지도 못하면서 시도했던 우리의 정사’라는 쓸쓸한 시를 쓰며 그의 말대로 꺼져버리고 말았다.

금기를 건드리는 것이 예술이란 것을 잊고 있었다. 그가 벗긴 것은 여자가 아니라 문학이라는 옷이 아닌가. 고상한 문체와 엄숙한 표현으로 포장되어야 권위 있는 책으로 받아들였으니까. 여자의 민얼굴이 남자를 압도할 때도 있듯이 글의 민낯도 너무 적나라하면 독자는 당황하여 한 걸음 물러서게 되는 법. 황망한 부고장 앞에 비로소 그의 작품이 세월을 앞서갔음을 알게 된 것이다. 우둔한 독자였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도심에는 사라보다 야한 여자들이 즐비하다. 색색의 네일아트가 유행하고 컬러 염색은 기본이며 화려한 문신도 드러낸다. 19금 노랫말이 인기상승을 달리고 관능적인 누드 화보와 변태적 성애 영화도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공개된다.

성문화는 자유로워졌다. 혼전 관계가 관대해졌고 싱글맘과 싱글대디도 생겨났다. 가끔 보도되는 지하 계단 밑의 밤 문화는 더욱 음란해졌다. 그럼에도 유독 예술적 표현은 아직도 심판대 위에 세워지고 있다. 근엄한 법관도 침대 위에서 점잖기만 할까. 문학을 어찌 법의 잣대로 잴 일인가.

그가 호소했다. 인간의 본능에 관대해 달라. 진짜 야한 여자는 겉과 속이 다 야해야 한다.

온몸에 치장을 하고 갖가지 원색 매니큐어를 바른 손톱 긴 여자를 사랑해주세요. 송곳 하이힐에 그로데스크한 눈화장과 붉은 입술의 여인들을 나무라지 말아주세요. 도덕적 엄격함으로도 재지 말아주세요. 스스로의 본성에 충실한 여자가 그가 말하는 야野한 여자라는 것을.

나도 야한 여자가 좋다. 당당하게 꾸미는 여자.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여자. 원시적인 정열을 가진 여자. 그렇게 사랑하고 또 사랑받는 여자. 그들의 로망 사라처럼.

   
 

 

 

김정화 수필가는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해 광남일보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됐다. 신곡문학상과 천강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수필집 《새에게는 길이 없다》,《하얀 낙타》,《가자미》과 수필선집《장미, 타다》 등이 있다. 현재 부경대평생교육원 강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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