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현 3동 남부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늦은 시간에도 형설지공의 뜻을 펼치기 위해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1972년 개교 1500여 졸업생 키워낸 야학
지금도 40~70대 만학도 60여 명 형설지공
검정고시 합격생 다수 배출 대학진학도

쌀쌀맞은 봄비가 내리는 저녁 무렵 부산남부중고등학교를 찾아보았다. 5평 남짓 한 조그만 교실이지만 빽빽이 모여 앉아 모두 칠판의 한글을 따라 읽는 모습이 여느 학교 수업과 다를 게 없다.

딱하나 차이가 있다면 학생 대부분이 머리가 히끗한 고령의 할머니들이다. 문현 3동에 위치한 남부중고등학교 문해교실반 풍경이다.

이곳은 남구 주민은 물론 인근 지역주민들의 검정고시 대비 야학 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으로 학업 시기를 놓쳐버린 주민과 결혼이주여성들에게 무료로 배움의 기회를 주는 곳이다.

올해로 42년을 맞은 남부중고등학교는 지난 1972년 대연성당 가건물 교실을 시작으로 옛 남부경찰서 내 남부실업학교로 설립돼 죄를 지은 청소년들을 교화의 목적으로 운영됐다.

그러다 2008년 8월 문현동으로 이전하면서 야학 전문기관으로 변모했다. 이곳을 거쳐 간 졸업생만 1500여명에 이른다.

현재는 문해교실반(2개), 중학교 반, 고등학교 반 등 4개 교실을 운영 중에 있다. 학생 60여명이 대부분 40~70대의 만학도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는 고3 수험생 못지않다.

또한 학생을 가르치는 30여명의 자원봉사자들 대부분은 교직 생활 경험을 가지고 있어 정상적인 학교 수업 과정과 다르지 않다.

▲ 남부중고등학교의 전신인 부산남부중학교 제1회 졸업 사진.

올해로 13년간 이곳에서 봉사중인 남부중고등학교 최종용 교감 역시 교사 출신이다.

최 교감은 "교사자격증을 보유한 선생님 모두가 봉사의 마음으로 이곳에서 수업을 하기 때문에 더 열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한다"며, "학생들도 수업의 능률은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열정하나 만큼은 수험생 못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남부중고등학교는 야학 기관 중 최고의 검정고시 합격률을 자랑한다. 지난해에도 19명이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이 가운데 3명은 대학에도 진학했다.

특히, 예순 일곱의 나이로 신라대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한 박영옥 씨는 아흔이 넘는 아버지에게 합격증을 보여주며 부녀가 함께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며 기쁨을 나눴다고 한다.

올해도 4월 1차 검정고시를 대비해 늦은 시간까지 이곳의 불은 밝히는 학생들을 손쉽게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