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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오륙도신문신춘문예 당선작 발표
성형국 기자  |  ord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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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1.02  11:3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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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가 역량 있는 작가 발굴을 통해 한국 문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마련한 오륙도신춘문예 공모전에서 당선작에 선정된 작품을 희망의 계묘년을 맞아 지상 발표한다. 제4회 공모전은 300만 원의 상금과 전국 최초로 동시조 부문을 신설, 전국의 많은 작가들이 응모해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또한 올해 처음 실시된 어린이 시조백일장에는 200여 편이 넘는 작품이 답지해 실력을 겨뤘다.

 

■시부문

아포피스
                            서철수(대구)

파란 별은 파란 별대로
붉은 장미는 붉은 장미대로
어디 볼래야 볼 수 없는
저 어둠의 갈피 속
꼭꼭 숨은 블루 스카이
한 편의 시로 멈출 수만 있다면
붉은 꽃대로 꽃피울 텐데,
혼돈과 검은 그림자의 신드롬
아포피스 소행성의 출현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르는 럭비공 같은
허공을 가르는 죽음의 별똥
가까이 더 가까이
엄습하는 끈질긴 우주의 스토커
용케, 그 궤도를 틀 수만 있다면...,
설령, 겨울의 그날이 올지언정
내 작은 지구의 텃밭 이랑에
상추씨랑 쑥갓씨 한 움큼 뿌리련다

* 아포피스 : 2004년 미국에서 발견한 직경 390m태양계 소행성, 지구와 충돌시 히로시마 원폭의 10만배


 

■시조부문

호모 라보란스*

                                     김미진(경기)

아버지 신발에는 나이테가 새겨졌다
숲 향기 묻은 채로 귀가하는 밤이면
바다도 딸려왔는지
비릿한 게 묻어있다

올곧게 뼈를 세워 검은 먹줄 튕기면
수평선에 넘실대는 아버지 푸른 힘줄
부푸는 몸부림들이
등대 곁에 잠들었지

목선의 피돌기 때 버텨온 바닥의 힘
새벽녘 갑판 위에 쏟아지던 아버지
비릿한 지느러미는
출렁이는 생이었다

                                        *호모 라보란스(Homo laborans); 노동하는 인간

■동시조 부문

비 오는 오후

                          이태헌(부산)

봉숭아 크는 창가
겉옷을 걸어두고

운동장 고인 물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빗방울 그려놓고 간
숨은 그림 찾는다

거미가 떨어질까
나뭇잎에 올려준 일

젖은 양말 벗어가며
얘기꽃 활짝 핀다

나들이 좋아하는 건
우리 같다 우산도

 


■당선소감

흔들린 시심의 모멘트

   
 

그렇게 불안이 스민다는 건 시적이다. 노을의 문장을 오랫동안 필사했다. 구름에 번지고, 행간을 누비며, 바람을 타고 넘는 시작詩作은 참으로 즐거웠다. 나는 과장 없이 이미지를 삼켰고, 묘사를 먹어 치웠다. 때로는 벽에 부딪쳤지만, 시마詩魔의 끈을 움켜잡고 떨구지 못했다. 언어는 내 마음대로 움직여 주질 않았다. 불안의 사유는
밤마다 흔들렸고, 그 새벽 바라본 풍경은 소멸의 환유였다. 언어를 꽉 잡고 뛰어넘고 싶었다. 직유와 은유의 틈입에서 머뭇거렸다. 냉소와 부재는 알레고리였다. 버린 소리와 줍는 소리 사이쯤 내 시의 귀청이 있었고, 흔들린 시심의 모멘트가 자리하고 있었다. 흐름과 고임, 존재와 비존재의 양립이 시였다. 표면을 통해 이면을 들추고 싶었다. 대상의 측면을 들이받아 언어의 새길을 찾고 싶었다. 길들지 않은 거칠은 현실, 그 너머 시의 진실에 귀의歸依하고 싶었다.
당선 전화를 받고 ‘왜, 푸른 바다가 떠올랐는지’ 나는 모른다. 장미의 향기를 맡다가시를 들은 그 아침도 생각이 났다. 시가 좋아 무작정 시에 뛰어들었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시와 뒹굴었다. 당선 소식은 일순간 천하를 얻은 기분이었다. 지나온 고뇌의 순간이 물안개처럼 사라졌다. 유람선으로 크루즈 여행을 떠나는 뱃고동 소리였다. 바로 내 인생의 한줄기 팡파르였다. 한편으론 두렵기도 하다. 또다시 ‘시의 눈’과 마주칠까 봐 무섭다. 이제 시작일 터이다. 나를 믿고 시를 믿고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매 순간 진실하게 시를 대하고 싶다. 천종산삼을 찾아 나선 경건한 심마니의 맘으로 시에 정진하겠다. 천천히 나만의 긴 호흡으로 고행의 길을 기꺼이 거닐겠다. 곁에서 격려해 준 아내와 가족들에게 감사한다. 늘 의좋은 형제자매 같은 ‘텃밭시인학교’ 문우들과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 아울러 문학 소년 시절의 소박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미흡한 저의 시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과 『오륙도 신문사』에 감사드리며, 귀사의 무궁한 번영을 축원한다.

서철수 당선자는 59년 경북 의성 출생으로 경찰공무원으로 퇴임했다. 현재 텃밭시학 동인, 대구문협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연약한 살로 초록을 일궈내면서

   
 

밤으로 떠돌던 책갈피를 덮고
잘게 밀리는 물결도 접고
흘러드는 구름만 외눈박이 창가에
파도 소리를 끌고 와 섬으로 앉았다.

외눈박이 시절이 있었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복시(사물이 여러 겹으로 보이는 현상)로 황망해 했던 시간들, 우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아 폭우로 내리던 어느 날, 부르튼 몸뚱이의 지렁이가 몸을 비틀고 있었습니다. 징그럽다는 생각에 앞서 저 연약한 살로 초록을 일궈내면서 어떻게 땅의 과적을 견딜까...,
나만 힘들고 중요한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문학 유튜브를 들으며 독학을 시작하면서 삶의 어렵고 힘들고 외로운 것들을 들춰내는 문학에 위로가 되었습니다.
당선 통보를 받던 날,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강아지처럼 기뻐 눈 쌓인 놀이터를 얼마나 달렸던지...
“겨울산을 오르면서 나는 본다/가장 높은 것들은 추운 곳에서 /얼음처럼 빛나고/ 얼어붙은 폭포의 단호한 침묵/가장 높은 정신은/추운 곳에서 살아 움직이며/허옇게 얼어터진 결빙을 노래한다” –조정권, 산정묘지 중에서-
원대함에 아픈 시인들을 보면서 그 앞에 고개를 숙입니다.
가르침을 주신 시인 김재석 선생님, 김수진 선생님, 학예실장 조순현 선생님, 화가 박수경 선생님, 최여숙 선생님에게 감사드리며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 딸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부족한 저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미진 당선자는 광주 출신으로 목표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작은 것이 이루어가는 소중한 변화를 기대하며

   
 

제법 거센 겨울비가 내리는 날입니다. 아이들은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틈만 나면 우산을 챙겨 들고 빗속으로 뛰어듭니다. 그리곤 윤이 나는 머리칼에 물방울을 달고 와서 짧은 시간 동안 탐험한 이야기를 재잘대며 들려줍니다. 그 짧은 시간에 얼마나 다양한 경험을 하는지 들을 때마다 단편 자연 다큐멘터리를 듣는 것 같아서 경이로울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때면 ‘이 모습을 글로 표현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들었어요. 풍부한 어휘력과 탄탄한 맥락을 가진 아름다운 글을 읽으면 언젠가 나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으나 방법을 몰라 애써 누르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날들이었습니다. 겨자씨처럼 작았던 열망이 자리를 잡고 존재를 키워가자 커다란 물줄기를 이루는 것은 순식간이었습니다. 운명처럼 시조 문학을 만나게 되었고 운율과 서정의 아름다움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3줄 문장의 절제미와 행간이 품고 있는 전달력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맑은 아이의 마음을 닮은 동시조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와글대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묻혀 간신히 수화기를 들고 당선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잠시 동안 저를 둘러싼 시공간이 멈춰 섰고 곧이어 가슴 벅찬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시조 문학의 세계로 이끌어주신 C 선배님과 좌절할 때마다 격한 칭찬으로 의욕을 북돋워 주신 시조 동아리 여러분 감사합니다. 시작의 설렘을 간직하고 묵묵히 시조의 길을 오래 걷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동시조의 길을 내어주신 <오륙도 신문>에 감사드립니다. 작은 것이 이루어가는 소중한 변화를 기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태헌 당선자는 청주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부산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시조동아리 활동 중이며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심사평

#시부문= 500여 편의 시를 놓고 심사를 진행한 결과, 서철수의 “아포피스”, 이효의 “눈 오는 날 택배를 부쳐도 될까요”, 고영석의 “바다는 안단테 모데라토로 온다”를 최종선에서 올려놓고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 된 의견으로 서철수의 “아포피스”를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당선작 “아포피스”는 시의 행간을 우주적 스케일의 밀도 높은 시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이 시는 촘촘한 이미지와 정제된 언어능력이 높이 살만했다. 유행과 시류에서 벗어나 오랫동안 내공을 닦은 흔적이 역력했다. 태양계 소행성 아포피스와 지구의 충돌을 상상한 스펙터클 한 소재가 신선했다. 오늘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철학적 의미를 연상케 한다. 현실의 희망인 파란 별과 존재의 은유인 붉은 장미의 비유가 정확하다.
우연과 필연 사이에서 시의 비밀을 캐내 인식을 다른 차원으로 우리를 건너게 해 준다. 어둠의 갈피 속에 매 순간 노출된 위험을 한 편의 시로 승화시키겠다는 시적 여유를 행간의 미학으로 행복하게 하였다. 소행성 아포피스는 잠재된 불안과 공포를 은유한 별이기도 하지만 이것을 극복할 새로운 출발점이기도 하다.

〈심사위원 · 최철훈, 김한빈, 류호국(대표집필 김한빈)〉

 

#시조부문: 전국이 매서운 추위와 눈보라에 묻힌 날, 부산은 햇살만 가득했다. 거리의 앙상한 나무들이 가지를 흔들며 겨울을 재촉하고 있었다. 더구나 시조에 관한 신춘문예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오륙도신문>에 시조가 신설되어 전국과 해외에서 응모한 작품들을 보고 새삼 놀랐다.
심사위원들은 번호로 표기된 작품들을 서로 돌려보며, 긴 윤독의 시간과 토론을 거쳐 <오륙도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김미진씨의 시조 「호모 라보란스」로 결정했다.
호모 라보란스는 노동하는 인간을 나타내며, 그 노동이 인간생존을 위한 본능이기 때문이다. ‘AI'에 인간의 생존영역은 점차로 줄어들었다, 김미진의 「호모 라보란스」는 이런 문제들을 시조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작품 흐름 속에서 일관되게 ’아버지‘를 내세워 우리를 그 삶의 현장으로 이끌고 간다. “바다도 딸려왔는지 / 비릿한 게 묻어있다”에서 더 재현되는 “비릿한 지느러미는 / 출렁이는 생이었다”처럼, 실존의 문제를 짚어내는 시조 「호모 라보란스」는 우리 전체의 삶을 관통하는 푸른 숨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새로운 시인으로 첫발을 내민 김미진씨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리며, 다양한 정형미학의 노래를 우리에게 들려주길 바란다. 〈심사위원 · 박현덕〉

#동시조 부문= 동시조 부문이 신춘문예에 독립 장르로 들어온 것은 우리 시조단의 미래를 응원하는 참으로 큰 성과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2023 오륙도신문 신춘문예(동시조 부문)>에 들어온 총 275편의 작품을 한 편, 또 한 편 읽으며 함께 동심에 젖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동시조는 동심을 그리는 문학이라는 취지에 맞게 발상이 참신하고 표현이 재미있어야 한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쉬운 말로 그려야 하며 시조의 내용을 한 눈에 읽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주제를 이끌어 내는 깊은 뜻을 품고 있는 작품, 초장 중장 종장 3장의 의미 구조가 잘 연결된 작품, 그림이 선명하게 그려져야 한다. 그리고 리듬감이 살아 출렁이는 읽으면 운율이 느껴져 노래가 되어야 한다. 더불어 가슴이 따뜻해지는, 큰 우주를 담고 있는, 현실 문제를 비껴나지 않는 작품이 좋은 동시조라 할 것이다.
이태헌님의 <비 오는 오후>, 유이지님의 <1막 2장-나무는 엄마야>, 오영록님의 <변비>, 권인애님의<바다>, 이현영님의 <가을 하늘>이 최종심에 오르게 되었다.
동시조는 읽는 대상이 어린이로부터 어른에 이른다고 볼 때, 시어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약강약강 의 리듬감이 생겨야 함도 중요하다. 또한 이미 시조나 동시조에서 다루어보았을 소재를 가져오는 것도 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동시조도 문학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조 제목에 쓴 시어를 비유 없이 시조 본문에 그대로 쓴다는 것은 꽃은 꽃이다, 바다는 바다다 와 같은 싱거운 시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떠올리고 싶다.
이태헌님의 <비 오는 오후>는 우산을 의인화해서 마치 어린이들이 운동장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하는 비유를 하고 있어 도드라졌다. 어린이들이 노는 것 같이 그렸으나 실상, 노는 것은 우산이다. 마지막 종장에서 밝히고 있는 <나들이 좋아하는 건/ 우리 같다 우산도> 에서 반전의 묘미를 가져 온 것도 시조 종장의 형식미를 잘 살렸다.
끝으로 최종심에 오른 다른 네 분의 작품도 충분히 훌륭한 동시조 작품이었음을 밝히며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빚기를 응원한다. (심사위원 · 최성경 오륙도신춘추진위원장)

#어린이시조백일장=200편이 넘는 어린이시조 작품들을 읽는다는 것은 큰 감동이었습니다.
우리 시조의 앞날이 탄탄하다는 걸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시조 저변 확대라는 큰 울 하나를 만들어주신 <제1회 오륙도신문 새해맞이 어린이시조 백일장> 관계자분들께 감사 인사 전하고 싶습니다. 고학년부(4~6학년) 시상 인원 3배수인 48편과 저학년부(1~3학년) 시상 인원 3배수인 48편을 1차 예심에서 뽑고, 2차 예선에서 2배수 32편씩을 뽑아 본선에 올렸습니다. 본선에서는 어린이다운 동심이 잘 드러나게 표현되고 있는가? 제목이 독자를 유인하는가? 그림이 선명하게 그려지는가? 맞춤법, 띄어쓰기, 배열 방식에 흠결이 없는 작품인가? 가족, 친구 간의 사랑이나 우정, 기후 환경 문제 등, 사회적 화두를 던지고 있는 작품인가? 시조의 형식미와 리듬감이 살아있는가? 긍정, 배려, 봉사, 사랑 등 가슴이 따뜻해지는 작품인가? 3장의 의미 구조가 잘 연결되어 초장, 중장, 종장의 논리구조로 짜여 있으며 완결형 문장인가? 반전의 묘미를 가져다주는 종장이 뛰어난 작품인가? 깊은 뜻을 품고 있는가? (주제) 발상이 참신하고 표현이 재미있는가? 등의 어린이시조 평가 맥에 맞는 작품을 뽑으려 애썼습니다. 최종적으로 저학년부 16작품, 고학년부 16작품을 선정했지만 장원, 차상, 차하, 참방이라는, 줄 세우기가 참 어려울 정도로 작품에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음을 밝힙니다. 수상자 및 수상작은 표1을 참조바랍니다. 끝으로 <제1회 오륙도신문 새해맞이 어린이시조 백일장> 이라는 이름을 더욱 빛낼 수 있도록 좋은 작품을 보내주신 전국의 어린이들에게 시조를 지도하시는 선생님들과 우리 시조를 아끼고 사랑하는 어린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심사위원·정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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