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년간 남구의 역사를 카메라에 담아온 김맹중 주무관.

기록 사진만 100만장 촬영
세월 흘러도 남구사랑 여전

"1985년 문현동 산사태로 인해 수 십 명이 사망하는 현장을 카메라에 담을 때 참담하면서도 안타까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34년간 남구의 역사를 카메라에 담아온 김맹중(60 문화체육과) 주무관이 6월말 퇴임을 앞두고 있다.

김 주무관은 그동안 남구 곳곳을 누비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왔다. 국책사업 같은 큰 행사에서부터 동 단위 행사까지 그의 눈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지금까지 찍은 사진만 100만 장이 넘는다. 그러다보니 길을 걷다보면 다들 아는 사람들이다. 어떨 때는 자신이 모르는 주민이 먼저 인사를 건네올 때도 있다.

난감하지만 가벼운 눈인사로 답할 만큼 그는 이런 상황에 익숙하다. 오죽하면 동료들이 선거에 한번 나가보라는 우스개 소리를 할 정도다.

김 주무관이 처음 사진기를 잡은 것은 1980년 6월, 남구에 첫 발령을 받은 직후부터다. 선배 공무원으로부터 사진은 남구의 역사인 만큼 현장을 누비며 기록을 남겨야 한다며 카메라를 건네받았다.

카메라를 잡아 본 적이 없던 그는 이것저것 따질 것도 없이 행사장을 누볐다.

처음에는 몇 달만 하고 말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강산이 세 번 이상 바뀔 때까지 천직이 될 줄을 꿈에도 몰랐다.

실수도 많고 탈도 많았다. 실컷 찍어와 인화해 보면 초점이 맞지 않고 명암도 깨지는 일도 허다했다. 그래서 양 어깨에 사진기 2대를 메고 20여 통의 필름을 가방 안에 넣고 다녔다.

▲ 김 주무관이 과거 슬라이드 사진을 들어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하는 것은 교통편이었다. 변변한 차량이 없었던 당시, 1~2시간 거리를 걷는 건 예사였다. 심지어 문현로타리에서 망미동까지 거리를 하루에도 서너차례 왕복하며 발품을 팔아야 했다.

김 주무관은 당시를 힘들었지만 보람된 나날이었다고 회상한다.

“80년 번영로 개통당시 공사 전후 사진을 담기 위해 문현동에서 망미동까지 걸으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더운 날씨 탓에 몸은 천근만근 힘들었지만 남구의 역사를 기록한다는 자부심만은 대단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수달을 찍었을 때라고 얘기한다.

“2004년 쯤으로 기억됩니다. 당시 전상수 구청장이 용호동 섭자리에 수달이 산다며 카메라에 담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수달을 찍기 위해 밤을 세워 기다린 끝에 수달을 사진에 담았고 이 사실은 구보를 통해 알려져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남구가 청정지역임을 널리 홍보한 셈이지요”

김 주무관은 퇴임 후 당분간 푹 쉴 예정이다. 30년 넘게 가족과 지역을 위해 고생한 자신을 위로해 주고 싶다고. 내년부터 고향인 고성을 오가며 제2인생을 설계할 계획이다.

동료들과 주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는 말에 그는 남구가 부산은 물론 전국적으로 뛰어난 자연경관을 갖춘 지역인 만큼 장점을 살려 알뜰살뜰 가꿔달라고 부탁했다.

“남구는 세계 유일의 UN공원과 이기대, 황령산 등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모두 힘을 모아 개발한다면 최고의 관광명소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미력하지만 퇴임 후에도 남구를 위해 봉사할 각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