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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동면을 준비하는 짐승처럼 어둠 속에 숨었다연재소설-무당이 된 아내<1>
오륙도n신문  |  ord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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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6.09  14: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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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근 소설가
이번 지면부터 소설가 김동근 씨의 단편소설 '무당이 된 아내'를 연재합니다. 소설 '무당이 된 아내'는 졸지에 사회 부적응자로 전락한 아내가 몇 번의 자살소동 끝에 마침내 영혼을 다스리는 무당이 되고 작중 화자인 나는 마을의 현실 문제를 다루는 이장으로 당선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입니다.

자네 부인은 오십을 넘기기
어려워. 화의 기운이 더 세,
조그만 불씨에도
산화해버릴 운명이야

그 당시, 나의 심정은 단지 아내가 딴 생각 않고 곁에 있어주기만 바랄 뿐이었다. 자식을 갖는다든가 집안 을 일으킨다든가 하는 것은 나에겐 사치라고 생각했다. 그저 숨만 쉬더라도 함께 하기만 한다면 나는 어떻게든 좋았다.

내가 처음 이곳 전원마을에 터를 잡게 된 것은 그런 불안한 삶에서 탈출을 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그것은 우연히 다가온 필연이었다. 우리 부부에게 숙명과도 같은 인연이 있었던 것이다.

5년 전 쯤, 집사람은 우울증 판정을 받았다. 주위 또래들이 아이 교육에 관심을 쏟자, 아내는 사람 만나는 것을 두려워했다. 차츰, 입을 닫더니 말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해 겨울이 오기 전에 아내는 마치, 동면을 준비하는 짐승처럼 어둠속에 문을 닫고 스스로를 가두었다. 그녀가 폐쇄한 것은 자신의 영혼 뿐 아니라 우리가족의 미래였다. 그러한 모든 것이 자신의 결함으로 치부하고 더욱 자책의 소용돌이에 빠져 헤어나지 못했다.

   
 
“무자식이 상팔자라잖아. 정 자식이 그리우면 나를 당신 새끼로 생각해. 난 당신의 영원한 아들이 되고 싶어. 응. 엄마.”

그와 같은 나의 애교도 시간이 지나자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아내는 조그만 반응도 없는, 생명이 아니라 물건과 같았다. 집안에 있는 식탁이라든지 소파나 침대 같은….
시체가 따로 없었다.

우리사회에 자살이 하나의 유행처럼 일반화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아내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그 시절의 아내만 생각하면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각종 매스컴에 그런 비슷한 사건이 보도 되면 불안감이 엄습해 와 숨이 턱하고 막혀왔다.

어떤 건강뉴스 프로그램에 나온 의사는 자살의 대표적인 이유를 우울증이라 했다. 놈은 그나마 숨이라도 내쉬고 있는 아내를 향해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다. 하루하루가 불안의 연속이었다. 연옥과도 같은 생활을 어떻게든 끝내고만 싶었다.

그런 때, 우연히 직장 동료가 전해준 전원주택단지 광고전단지는 우리가족을(가족이라 해봤자 아내와 단 둘 밖에 없지만….) 천국으로 초대하는 티켓이었다.

“아는 친척이 하는 사업인데... 요즘은 에코와 힐링이 대세야. 잘 사는 선진국들을 봐. 미국, 영국, 호주, 독일 같은 나라의 상류사회에서는 대부분 목조주택에서 생활하잖아. 심리적 안정면에서 나무만한 것이 없지. 예전에 한옥에 살았던 우리 조상들은 어디 우울증 같은 병이 있었어? 그게 다 산업화의 그늘이야. 시멘트 독이 뇌에 치명적이잖아. 여기 봐. 지열난방에 태양광 그리고 찜질방까지, 하나같이 친환경적이지.”

동료가 내보이는 유토피아 같은 조감도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전원주택 단지를 휘감고 도는 하천이었다.

“이건…”

“응. 수곡천이라고 물이 사철 끊이지 않고 흘러. 마셔도 될 정도로 깨끗하지.”

내가 관심을 보이자 그는 하천과 그것의 원천으로 이어지는 계곡의 유래, 특산물, 휴양시설 등을 그 지역의 관광해설사라도 된 양, 침을 튀겨가며 자세히 설명했다.

‘자네 부인은 오십을 넘기기 어려워. 화(火)의 기운이 더 세, 조그만 불씨에도 산화해버릴 운명이야. 당연히 그런 몸에서 생명이 자랄 수 없지. 이건 마지막 비책인데…. 혹시, 들을지 모르니 속는 셈 치고 수(水)가 넘치는 곳에서 살아봐. 자식을 갖지 못하더라도 마음은 다스릴 수 있을 것이야.’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을 심정으로 찾아간 철학관에서 돌팔이 도사의 말이 그때 왜 생각이 났을까? 돌팔이와 동료와의 어떤 연결고리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알 수 없는 거대한 운명의 힘에 의해 이곳으로 이끌려 왔다. 그때 겪고 있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만 있다면 그 어떤 두메산골이라도 개의치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결국, 그렇게 어찌어찌 해서 우리는 해피니스 전원마을 37호의 주인이 되었다.

해피니스 전원마을은 135세대로 지방에서 흔하지 않는 대규모의 전원주택단지였다. 정남향은 아니었지만 뒤쪽은 나지막한 봉우리가 있고 앞쪽은 수곡천(水谷川)이라고 하는 하천이 조감도에서처럼 마을을 휘감아 안고 흘렀다.

글자 그대로 배산임수의 지세였다. 수원이 되는 계곡은 작은 봉우리들이 아기자기하게 솟아 그런대로 오밀조밀 아름답게 펼쳐져있었고, 그곳에서 물줄기가 얼음장처럼 시원하게 흘러내려 한여름에도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한 폭의 동양화와 같이 완만하고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흐르는 수곡천을 따라 유럽풍의 해피니스 전원주택들은 저 마다 나름대로 멋을 자랑하고 서있었다. 그것들은 어느 하나도 같은 것이 없는 일백서른다섯 호 모두 제각각 개성을 띄었다.

해피니스 전원마을은 우리나라가 아닌 유럽의 어느 한적한 마을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할 정도였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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