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명옥 시인과 동생 주순보 시인, 제수씨 이말례 시인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가족 3명이 고향에 시비를 세워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명옥(72 용호1동)씨는 지난 6월 25일 여동생 주순보 시인, 남동생 부인(제수) 이말례 시인과 함께 고향인 거제도 문동에 가족시비를 세웠다. 가족 3명이 고향에 시비를 건립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지역 문인들의 부러움을 한꺼번에 사고 있다.

가족시비가 있는 곳은 주 시인의 고향인 거제 문동폭포 오르는 길에 위치해 있으며 경치가 좋아 외지인들이 많이 찾고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 25년 전 작고한 선친 고 주성국 선생의 한시를 비롯해 3명의 작품 등 모두 8편의 시가 돌에 새겨져 거제 문동의 또 다른 관광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주명옥 시인은 ‘문동폭포’와 ‘노을’이라는 제목의 시를 통해 고향 정경을 노래했으며 여동생인 주순보 시인 역시 ‘고향’이라는 작품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제수인 이말례 시인은 아름다운 자연을 노래한 ‘동백꽃’을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교사 출신의 주명옥 시인은 문인화가이자 시조창에도 능통한 팔방미인이다. 특히 한시분야에는 독보적이다.

선친이 작고하자 유품을 정리하던 중 ‘한시작법’을 우연히 접하고 공부를 시작해 노인정을 돌며 독학으로 한시를 익혔다.

3년 전에는 현대시에 한시를 접목한 작품으로 부산시인협회 ‘부산시인’으로 등단해 창작열을 불태우고 있다. 매주 목요일과 주말이면 고향을 찾아 재능나눔에도 열성을 보이고 있다.

▲ 주명옥 시인이 동생 주순보 시인(가운데 사진), 제수 이말례 시인과 함께 시비 제막에 대한 소감을 전하고 있다.

여동생 주순보 시인은 지난 98년 ‘한국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 부산문인협회와 부산시인협회 회원, 가야문학회, 오륙도문학회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5년과 2009년에는 전국예술인대회 시부문 최우수상, 제11회 설송문학상 우수상을 받았다. 시집으로는 ‘꽃씨는 겨울을 생각한다’ 등을 출간했다. 현재 남구문인협회 부회장직을 맡으며 지역 문단을 이끌고 있다.
제수인 이말례 시인은 ‘문예시대’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부산시인협회와 남구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첫 시집 ‘그렇게 살아도’를 출간했다. 이 시인은 가족과 이웃, 풍경 등 생활 속의 시를 통해 호응을 얻고 있다. 남편 주철민씨도 사진작가로 유명하다.

주명옥 시인은 고향에 시비를 세우게 된 것은 돌아가신 선친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한시 작가였던 아버님이 4남 4녀의 자녀 중 한시에 가능성을 보인 저에게 특별한 애정을 주셨습니다. 저는 이곳에 문화공간을 만들겠다고 약속드렸고 이번에 그 뜻을 이룰 수 있어 가슴 뿌듯하고 행복합니다”

그는 시비 공간이 자신의 호를 따 이름 지은 거농문화예술원과 함께 고향 거제의 또 다른 문화 공간으로 발전해 나가길 원하고 있다.

아울러 지역 문화원들의 창작 공간으로 활용되길 바라고 있다. 가족들에게는 이곳이 문학인을 많이 배출한 가문의 영광인 공간이자 후손들이 그 전통을 이어가는 도량으로서 오랫동안 자리하길 희망하고 있다.

한편 주 시인은 빠른 시일 내에 간소하게 시비제막식을 열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날 전국 시인들의 작품 100점을 모아 문동폭포 주변 나무에 걸어 전시하는 시나무 행사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