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체험을 마친 일행들이 하오용 대표(사진 가운데)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기장군 소재 34년 전통 커피공장 ‘하가빈’서 열려
로스팅에서 커피 추출 과정까지 체험 커피 이해도 높여

광복절이었던 지난 8월 15일 오전 기장 대변항에는 늦여름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었다. 오전 10시 인근에 있는 커피공장 ‘하가빈’에서는 오륙도신문이 마련한 제1회 오륙도신문 구독자와 함께하는 커피체험 프로그램‘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옥련 씨 등 10여 명의 애독자들이 참여해 커피의 일반적인 상식에서부터 커피볶음(Roasting), 커피 추출과정 등을 살펴보고 체험하며 커피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멸치로 유명한 대변항의 비릿한 냄새를 맡으며 다다른 하가빈. 주황색 지붕이 강렬한 인상을 안겨준다. 400평이 넘는 규모에 우선 놀랐고 내부로 들어서서는 엔틱가구와 심플한 인테리어에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 체험단 일행이 로스팅을 하기 전에 생두를 살펴보고 있다.

34년간 커피를 연구해 온 커피 명장 하오용 대표가 반가운 미소로 체험단을 맞이한다. 그는 빠듯한 일정 탓에 바로 체험에 들어가야 한다며 커피생두가 쌓여 있는 창고로 안내했다.

세계 각국의 커피가 들어 있는 두툼한 마대로 창고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하 대표는 “커피는 북회귀선과 남회귀선 사이의 아열대와 열대지방에서 생산된다”며 “저지대에서 생산되는 콩과 고산지대에서 나는 원두는 맛과 향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하 대표가 갑자기 생두를 들어 보였다. “가장 좋은 생두는 알이 굵고 균일한 것이 최상품”이라고 밝혔다.

하 대표는 다시 발걸음 옮겨 로스팅 기계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대량으로 콩을 볶을 수 있는 기계 앞으로 다가서자 참기름집에 온 듯 고소한 냄새로 가득했다.

여기서 하 대표는 “모든 식품도 그러하듯이 원두커피에서 가장 주요한 것은 신선도”라며 “신선한 콩을 잘 볶는 것이 맛있는 커피를 추출할 수 있는 가장 큰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커피를 얼 만큼 볶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실습실로 자리를 옮겨 커피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하 대표는 이은경 교육실장을 소개했고 곧바로 실습에 들어갔다. 
 

▲ 이은경 실장이 핸드드립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직화열을 이용한 로스팅을 해보기로 했다. 수망이라는 철망구조의 기구에 생두를 넣고 전자레인지 불을 이용해 손수 로스팅 하는 순서는 흥미만점이었다. 참가자가 돌아가며 손수 콩을 볶다 보니 금방 커피향이 진동했다. 
 
15분이 지날 시점에 1차 크랙이 일어났다. 생두에 있던 수분이 증발하면서 조직이 부풀어 오르며 그 사이에 기공이 생겨 무게는 줄고 부피는 늘어나는 것이다. 이번에는 커피를 갈아 핸드드립을 해보기로 했다. 
 
거름망을 접는 법부터 배운 다음 드립퍼에 물을 부었다. 진한 커피향과 함께 빵처럼 부풀어 올랐다. 모두들 신기해하며 나선형을 그리며 물을 계속 부어 커피를 추출했다. 커피 맛이 다소 탄 듯한 느낌이 났다. 이 실장은 로스팅 과정에서 너무 많이 볶은 것이 이유라고 설명했다.

▲ 한 참가자가 라떼 커피에 아름다운 문양을 넣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번에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해 커피를 추출해 보는 순서.

체험단 일원은 차례로 기계를 조작하며 라떼와 아메리카노 등 다양한 커피 종류를 뽑아 음미했다. 에스프레소 커피에 생크림을 넣은 꼼빠냐와 아이스크림을 첨가해 만든 아포카토가 인상적이었다.

교육 끝부분에 다시 하오용 대표가 강단에 섰다. 커피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이 이어졌다.

하 대표는 “커피는 음식과 같다”며 “이 말은 요리하는 사람의 입맛에 따라 진하게 연하게 먹으면 된다는 뜻이기도 하고 실력에 따라 맛있게도 아니면 맛없는 커피가 만들어진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원두커피 역시 식품과 같이 신선도가 생명”이라며 “숙성시킨 원두를 볶은 뒤 최대한 빨리 커피로 추출해 마시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마지막으로 커피 산업에 대한 전망에 대해 얘기했다.

지금은 커피 산업 전반에 걸쳐 위기이자 기회라고 진단했다. 몇 년 안에 프랜차이즈 커피숍의 위기가 닥쳐 올 것이고 소규모 커피숍이 특화된 메뉴로 꾸준하게 버텨만 준다면 승산이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2시간 30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체험시간이 끝나고 나오는 길에 하 대표가 원두커피를 한봉지씩 나눠줬다. 진한 커피 향에 한번 취하고 주인장의 친절에 또 한 번 반했다. 돌아오는 길 체험단 모두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커피홀릭이 되기에 충분했다며 저마다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