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크 기타교실 회원들이 저마다 기타를 들고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40~60대 주축 7080 포크음악 연주 삶의 활력 얻어
매주 수요일 수업, 호스피스 · 요양병원 등서 봉사활동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 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광안리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는 사무실 한켠에서 가수 김광석의 기타소리가 흘러나온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기타연습에 빠져 있는 모습이 눈에 띄는데 이들은 바로 수영구문화원 포크기타교실 고급반 수강생들이다.

대부분 문화원에서 3년 이상을 연습한 이들이지만 수업시간 30분 전부터 오늘 수업할 기타연습에 여념이 없다.

포크기타교실은 수영구 문화원의 강좌로 7080노래를 중심으로 포크음악을 연주하고 함께 부르는 교실이다.

회원 대부분 40~60대로 나이와 직업도 다르고 개인별 수준도 차이가 나지만 기타에 대한 열정만큼은 한결 같은 모습이다.

특히, 광안리 앞바다가 펼쳐진 연습실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향수에 젖다보면 어느새 기타교실이 아닌 힐링공간으로 느껴진다.

올해로 4년 동안 기타를 배우고 있는 김동환(62·동대신동)씨는 포크기타반 회장을 맡고 있다. 김 씨는 기타를 배우면서 이전과는 상당히 달라진 인생을 경험하고 있다.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딸과 함께 집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며 가족들과 따뜻한 시간을 보내는가 하면 운영 중인 학원에서 기타연주에 맞춰 영어노래를 배우며 보다 흥미롭게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김 회장은 "기타를 배우면서 매사에 자신감이 생기고 새로운 열정이 생겨나고 있다"며 "특히 1주일 한번 씩 광안리 바다를 볼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라고 밝혔다.

매주 수요일 2시간 가량의 연습시간 이지만 오랜 기간 함께 수업을 듣다보니 모두가 가족 같이 느껴진다. 마실 것을 만들어 나눠주는 회원부터 기타 교정을 봐주는 사람까지 동료애가 남다르다.

이들은 문화원 자체발표회는 물론 광안리해수욕장 야외공연, 병원 봉사활동 등도 정기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허문웅(54·민락동)씨 또한 기타를 배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허 씨는 단체 봉사외에도 개인적으로도 호스피스 병동과 요양병원에서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소싯적 대학가요제를 꿈꿀 정도로 노래실력도 좋아 기타와 함께 예전 노래를 들려드리면 어르신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 포크기타교실 회원들은 매주 수요일 오전 수영구문화원에 모여 기타 삼매경에 빠진다.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를 연주하고 있는 모습.

솜씨가 예사롭지 않은 여성회원도 눈에 띈다.  주부 최정희(61·광안동)씨는 4년 전 자녀들이 모두 출가하면서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혼자 집에 있던 시간이 많아지면서 외로움을 느끼던 최 씨에게 기타는 삶의 활기를 주는 새로운 친구가 됐다.

최 씨는 "남편도 함께 시작했는데 지금은 혼자 배우고 있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기타 하나만 있으면 마음이 맑아지고 즐거워지는 것 같다"며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포크기타교실 황승환 강사는 "추억도 되살리고 힐링도 받을 수 있는 기타교실에 많은 분들이 참여하셔서 보다 행복하고 즐거운 인생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들려오는 7080 기타연주와 노랫소리가 오늘따라 괜스레 포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 758-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