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일순 할머니가 시를 쓰고 싶다는 자신의 바람을 얘기하고 있다.

일흔부터 성인문해반 수업
시 쓰며 여생 즐기는 게 꿈

2014년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기러기문화원의 김일순(78세,대연동)씨가 장려상인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김 씨는 '한글 공부 끝까지 해보자'라는 제목의 시화로 수상의 기쁨을 맛보았다.

작품은 수년간 공부를 하면서 마음먹은 대로 몸이 따라주지 않아 힘들었지만 반 동무들과 즐겁게 또 끝까지 공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김 씨가 수업하고 있는 기러기문화원은 50여명의 어르신들이 성인문해반 수업을 듣고 있는 곳이다. 대부분 가정형편이 어려워 혹은 오빠나 동생들 뒷바라지하느라 배움의 기회를 놓친 이들이다.

7년 전부터 수업하고 있는 김 씨 역시 배움의 기회를 놓쳐 일흔이 되고야 올케의 권유로 이곳을 찾았다. 경남창녕 장마면에서 태어난 김 씨는 해방이후 지역 내에 학교가 없어 천막 교실을 다녔다. 정기적인 교육과정은 아니었기 때문에 수업을 제대로 받을 수가 없었다.

얼마후 6.25 전쟁이 발발하면서 14살 어린 나이에 거제도로 피난길 올랐다. 그해 가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집과 마을은 온데간데 없고 마을은 처참했다.

뒤이어 젊은 나이에 시집을 가게 되면서 자녀 넷을 키우며 생활전선에 뛰어 들다보니 일흔이 돼서야 손에서 일을 놓고 배움을 찾아 나섰다.

남들보다 늦었지만 초등학교 1학년 과정부터 누구보다 열심히 수업을 받았다. 1년 동안 출석률 100% 학생에게만 주는 상품도 수차례 받을 정도였다.

"어딜 가도 불안하지 않고 자신감이 생기다 보니 삶의 활력이 넘쳐, 남편에게 맡겼던 은행업무도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쉽더라고".

그는 문해 수업 이후 평생을 피해 다니던 관공서와 은행 출입을 하기 시작했다. 수상을 계기로 시(詩)쓰기에 한번 도전 하고 싶다는 계획도 전했다.

김 씨는 "삶의 활력을 안겨준 문화원에서 공부는 물론이고, 반 동무들과 교류하는 것이 삶의 기쁨이다"며 "두 발로 걸을 수 있을 때 까지 이곳에서 열심히 공부하겠다 "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