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로라이드 멤버들이 공연 중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좌로부터 보컬 유재훈, 건반 김영화, 일렉 기타 황승환, 드럼 이상윤, 베이스 고찬규.

30·40대 직장인 구성, 10년 이상 경력 자랑
락 재즈 장르 가리지 않는 크로스 오버 음악
부산대서 첫 공연, 자작곡 모아 앨범 제작

하루에 피로를 풀어줄 늦은 저녁시간 지하 연습실에서 제 2의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이 있다.

3평 남짓 좁은 연습실에서 드럼, 기타, 건반의 합주가 이뤄지며 쌀쌀한 지하 공기를 음악과 멤버들의 열기로 몰아낸다.

수영구에 위치한 직장인 밴드 크롤라이드의 연습장이다.

크롤라이드는 지난 8월 결성된 신생밴드로 드럼 이상윤(관세사 41), 일렉기타 황승환(기타강사 43), 베이스 고찬규(회사원 39), 보컬 유재훈 (공무원 34), 건반 김영화(사업가 32) 등 5명으로 멤버가 구성돼 있다.

30대 초반부터 40대 초반까지 나이와 직업 그리고 성격까지 제각각이지만 연주하는 음악에 맞춰 하나 되는 모습을 보면 이것이 밴드 음악을 묘미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크롤라이드는 락, 재즈, 블루 장르를 가리지 않고 크로스 오버된 다양한 음악을 추구한다.

흔히 밴드하면 락을 떠올리지만 이곳 멤버들은 전원이 10년 이상 꾸준히 음악활동을 이어오며 다양한 장르의 음악 소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밴드를 처음 결성한 것은 올해 초 기타와 피아노 레슨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황승환 씨와 김영화 씨가 순수한 직장인 밴드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지난 2월 보컬 유재훈 씨를 시작으로 3월에는 베이스 고찬규 씨가 들어오며 순탄하게 결성되는 듯했지만 드럼을 칠 멤버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지난 8월 드럼 이상윤 씨가 합류하면서 첫 합주가 시작됐다.

이들의 처음 연주한 곡은 조지마이클의 'Kissing A Fool'. 첫 합주임에도 불구하고 연주가 끝난 뒤 멤버들에 눈에는 기대감이 서렸다. 기대 이상으로 조율이 잘 됐기 때문이다.

황 씨는 "직업을 가지고 꾸준히 음악활동을 하는 이들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운이 좋게도 10여년 이상 음악활동을 해온 멤버들을 모집 할 수 있었다"며 " 특히 몇 번의 합주만에 서로 친구가 될 정도로 마음이 맞는 것도 큰 장점이다"고 말한다.

이들이 늦은 밤 합주실을 찾는 이유는 하나다. 음악을 좋아하고 욕심이 나서다.

사실 직장인밴드의 경우 각자 밴드에서 연주할 만큼의 실력은 유지하되 어디까지나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하자는 경우가 많다. 회사 사정에 따라 일주일에 한번 모이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크롤라이드는 자작곡 공연부터 음반제작까지 꿈꾸고 있다.

“농담반 진담반 얘기해요. 언제 직장을 옮기면서 밴드를 떠나는 멤버가 나올지 모른다고. 지금 함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행복하고 그 시간 만큼 최선을 다해 결과물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 모두의 생각입니다" (보컬 유재훈 씨)

앞을 걱정하며 나아가지 못하는 것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음악을 즐기며 삶의 즐거움을 찾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팀의 리더와 베이스를 맡고 있는 고찬규 씨는 연습을 위해 울산에서 매주 이곳을 찾아온다.

서울에서 프로 연주가로 활동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진 그는 오랜 기간 직장인 밴드 활동을 해왔지만 이렇게 실력을 갖추고 마음 맞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놓치고 싶지 않다고 한다.

크롤라이드는 지난 1일 부산대 인근의 인터플레이 라이브클럽에서 첫 공연을 열었다. 앞으로 단독 공연과 자작곡을 모아 싱글 앨범을 만들어 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