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원한 현역’ 서상환 화백이 용당동에 위치한 자신의 화실 ‘영설화원’에서 작품에 대한 열정을 얘기하고 있다.

국내에서 독보적인 성상화(Icon)로 기독교 미술의 한 경지를 열어 보인 '서상환 구작전 - 장출열 컬렉션'이 뜨거운 관심 속에서 12일 막을 내렸다.

컬렉터가 소장해 오던 영설 서상환 화백의 60~80년대 대표작 34점이 전시된 이번 구작전은 예술가와 애호가의 각별한 정이 묻어나는 전시회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이번 구작전으로 44번째 개인전을 맞이한 서 화백은 부산 작가로서 국내 미술계의 새로운 기록을 써내려 가고 있다.

그림에 미친 꿈같은 시절

1940년 일본 경도에서 출생한 서 화백은 해방 후 부산 범일동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어린 시절부터 교내 미술대회에서 두각을 보이기 시작한 서 화백이 본격적으로 미술에 입문하게 된 것은 동성중학교 미술부에 입단하면서 부터다.

서 화백의 뛰어난 솜씨를 알아본 당시 김덕진 스승의 권유로 미술에 입문, 장학생으로 학교를 졸업했다. 하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미술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당시 보수동에 위치한 경남미술원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경남미술원에서 5년간 심부름과 청소, 조교까지 겸하면서 그림을 배웠어요. 차비가 없어 범일동에서 보수동까지 걸어서 갈 때가 많았고 점심도 거를 때가 많았지만 그림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습니다"
서 화백은 당시를 회상하면서 "그림에 미쳐서 살았던 꿈같았던 시절이다"고 말한다.

한국신 성상화 길을 열다

"기독교는 서구의 종교이지만 한국에 들어왔다면 한국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포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서 화백의 작품이 큰 주목을 받는 것은 서구식 성상화를 철저하게 한국식으로 변모시켰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화가, 판화가로 명성을 떨친 조르주 루오의 작품을 보며 성화에 대한 꿈을 키운 서 화백이 현재의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것은 범천동 판자촌에서 부터다.

"어린시절 범천동 지역에는 판자촌이 많았는데 어느 날 문득 판자를 바라보는데 기억 속 흔적이 판자를 통해 투영되는 걸 발견하게 됐습니다. 이후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사실적인 실물보다는 내면적인 모습을 표현하는 작품을 만드는데 몰두하게 됐습니다"

이후 기독교적인 모티브에 한국인의 심성에 내재된 미의식인 전통문양, 민화, 고미술 등 요소를 접목해 그만의 독특한 성상예술을 만들어냈다.

서 화백이 지금까지 치른 개인전만 44차례로 이는 부산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흔치 않은 수치다. 여기에 동인전 및 단체전에 참여한 것 또한 360여 차례나 된다.

개인전만 44차례 '독보적'

여기에 1980년 한국에서 최초로 '이콘(Icon) 화집'출판을 계기로 '단색목판화 작업을 통한 예수그리스도의 생애와 사역', '야훼는 나의 목자'등 18권의 화집과 시집을 출판했다.

"생업을 위해 작품전을 많이 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지만 전업 작가로서 평생을 치열하게 작품활동을 하며 살아온 그의 인생을 여실히 나타내 주는 기록이다.

일흔을 훌쩍 넘긴 고령의 나이에도 서 화백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지난해 2차례 개인전을 치른 것에 이어 올해부터는 141컷에 달하는 요한묵시록을 판화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작업기간만 3년에 이른다.

서 화백은 "예술은 시대를 표현하면서 시대를 앞서가야 하는 만큼 손에서 붓을 놓을 때까지 끊임없이 현 시대를 고민하며 독창적 생각과 연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고 전했다.

한편, 서 화백은 대한민국미술대전, 부산미술대전, 노동미술대전, 기독교미술전, 한국미술문화대상전, 가락문화제, 봉생문화상 심사위원 및 심사위원장 등을 역임, 현재는 한국 미협 서양화분과 회원, (사)민족미술인협회 고문, 한국현대목판화협회 고문, 동보미술강좌 전임교수, 남구미술인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수상은 1992년 봉생문화상(전시부문)을 시작으로 2006년 송혜수미술상 수상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