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처음 열리는 ‘찾아가는 오륙도가요제’가 지역의 정신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용당동 가나병원에서 지난 12일 열렸다. 가요제 출전자가 노래를 부르자 흥에 겨운 환자들이 무대에 올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11명 출연 끼 매력 한껏 발산
의상 소품 직접 챙겨 열기 후끈
영예의 최우수상 이영실 씨 차지

지역의 정신건강지킴이로서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는 용당동 가나병원<병원장 윤형곤>에서 지난 12일 환자와 의료진이 어우러진 신나는 노래잔치가 열렸다.

올들어 첫 ‘찾아가는 오륙도가요제’가 열린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입원 중인 환자 4명을 포함해 모두 11명이 참가해 열띤 경연을 펼쳤다.

가요제 시작은 심사위원장이자 작곡가인 박건우 씨가 알렸다. 그는 팝송과 가요를 부르며 행사 분위기를 띄웠고 이어 첫 번째 참가자 김명진(가명) 씨가 무대에 올랐다. 환자복 차림의 김 씨는 다소 긴장된 듯한 얼굴로 정재욱의 ‘잘가요’를 열창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두 번째 순서는 단단한 체격의 소유자 이우눌 씨. 영양과 소속의 그는 조용필의 ‘친구여’를 차분하게 부르기 시작했고 관객들은 두 손을 흔들며 응원했다. 뒤를 이어 진료과 박재홍 씨가 관객들 앞에 선보였다. 클라리넷을 들고 나와 박미경의 ‘민들레 홀씨되어’라는 곡을 멋지게 불러 박수를 이끌어 냈다.

올해 23살인 정민주 씨(가명)는 네 번째로 관객들 앞에 나와 빅마마의 ‘연’을 불렀고 150여 명이 넘는 관객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노래실력을 인정했다.

다음은 간호과 이영애 씨의 순서. 초청가수 보다 화려한 의상을 차려 입은 그녀가 부른 곡은 나훈아의 ‘강촌에 살고 싶네’였다. 시종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곧이어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이구슬, 이하늘 씨가 장윤정의 ‘어머나’를 맛깔나게 불렀고, 환자를 대표한 장경진 씨(가명)가 김현식의 ‘사랑했어요’를 구슬프게(?) 노래했다.

행사가 무르익을 무렵 사회자는 갑자기 윤형곤 병원장을 부르며 "모인 사람들을 위해 노래 한곡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윤 원장은 다소 상기된 얼굴로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었고 이어 자신의 노래를 부르려고 할 때 관객석에서 한 여성 환자가 손을 들고 ‘서울의 밤’을 부르자고 제안했다. 윤 원장은 지체 없이 동의했고 마이크를 그녀에게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 호응을 얻었다.

다음 순서로 원무과 이영실 씨가 무대에 올랐다. 아담한 키에 하얀 피부를 자랑하는 그녀가 이은하의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을 부르자 관객석 이곳저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노래가 끝나기 무섭게 무대에 오른 주태민 씨(가명)는 싸이가 온 듯 한 착각을 들게 만들었다. 관객들은 싸이가 아니냐는 사회자의 짓궂은 농담에 모두 배를 안고 쓰러졌다. 웃는 것도 잠시 다음 무대에 오른 보호사실 이근규 씨의 모습은 중년의 멋을 느끼게 했다. 그는 행사장에 누구보다 일찍 나와 성의를 보였다.

마지막 출연자는 역시 보호사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문강혁 씨로 남진의 ‘님과 함께’를 힘차게 불렀다. 정장 차림에 긴 머플러가 잘 어울리는 그는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나와 천연덕스럽게 노래를 부르며 행사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날 행사 사이 사이에는 초대 가수 김종규와 김규낙이 출연해 ‘안동역에서’와 ‘하이난의 사랑’ 등을 부르며 흥을 돋웠다.

▲ 최우수상을 받은 이영실 씨 등 입상자들과 출연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심사결과 영예의 최우수상은 이영실 씨에게 돌아갔다. 우수상은 이우눌 씨, 인기상에는 정민주 씨가 각각 차지했다. 최우수상을 받은 이영실 씨는 부상으로 최고급 자전거를 받았으며 이우눌 씨와 이효주 씨는 유명 브랜드 가방과 상품권을 받았다. 출연자 전원에게는 병원에서 마련한 상품권이 주어졌다.

모든 행사를 마친 윤형곤 병원장은 “오늘처럼 환자와 의료진 등이 한 데 어우러진 자리는 이번이 처음인 듯하다”며 “자신의 숨겨진 끼와 매력을 마음껏 발산해 준 출연자와 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자리를 지켜준 모든 병원 식구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주민의 정신건강은 물론 지역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 가나병원에서 올해 처음 열린 ‘찾아가는 오륙도가요제’는 어느 때 보다 가슴 뭉클한 감동의 무대였다.

대회 참가가 확정된 환자와 직원들은 며칠 전부터 의상을 마련하는 성의를 보였고 동료를 응원하기 위해 손수 플래카드를 제작하는 모습은 너무나 보기 좋았다.

병원을 빠져 나오며 가요제 관계자들은 환자들의 빠른 쾌유와 병원 종사자들의 건강을 바라며 다시 한 번 좋은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이구동성으로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