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승민 씨가 지난달 28일 남구청을 방문해 지역의 장애인 및 저소득 주민에게 전달해 달라며 이웃돕기 성품 을 전달하고 있다.

지체장애 3급 장애인 불구
200만원 상당 쌀 구청 기탁
결손가정 청소년 돕기 계속

지난달 28일 양손에 목발을 짚은 한 장애인이 남구청장실 문을 두드렸다. 환갑을 훌쩍 넘겼다는 그는 이종철 구청장에게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해 달라며 200만원 상당의 쌀 80포를 기탁하고 총총걸음으로 사라졌다.

이날 사랑을 전한 주인공은 용호1동에서 구두수선을 하고 있는 송승민(62) 씨다. 그는 어릴 적부터 소아마비를 앓고 지체장애 3급 장애인으로 어렵게 생활해 오고 있다.

사랑의 쌀 구입비는 자신의 구두수선 가게에 놓인 모금함을 통해 마련했다. 송 씨는 본드칠 등 비교적 간단한 수선비는 모금함에 모으기 시작했다.

4~5년간 모금함에 모인 돈이 200만원이 넘었고 송 씨는 곧바로 쌀을 구입해서 이종철 구청장을 찾아 기탁하게 된 것이다.

송 씨는 쌀을 전달하고 너무나 흐뭇했다고 얘기한다.

“같은 처지의 장애인들을 위해 좋은 일을 했다는 마음에 숙면을 취할 정도로 마음이 편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모인 돈으로 좋은 옷을 사 입고도 싶고 맛있는 음식도 먹었으면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이웃을 위해 내놓고 나니 너무나 뿌듯하고 기뻤습니다”

송 씨의 숨은 선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 이사와 총무로 활동하고 있는 남구 구두수선협회와 함께 다양한 이웃돕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는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과 함께 을숙도 등을 찾아 위로와 격려의 시간을 갖고 있다. 올 연말에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가슴 따뜻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자신도 어려운데 왜 남을 돕는 일에 열성을 보이는 걸까가 궁금했다. 송 씨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없는 사람 처지는 없는 사람이 잘 안다는 것이다.

“사실 저도 기초생활수급자로 혼자 살고 있습니다. 어려운 일상이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이 많을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장애의 몸으로 홀로 살고 계신 장애인들이 지역에 적지 않습니다. 이번 저의 작은 성품이 이분들에게 전해져 위로가 됐으면 합니다”

송 씨는 40여 년 전 취직을 위해 아무 연고 없는 서울을 찾았다가 구두닦이와 인연을 맺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상경한 그는 구두닦이 패거리들에게 붙잡혀 곤욕을 치르다 구두수선공으로서 녹록치 않은 생활을 이어가야 했다.

12년 전부터 용호1동 파출소 맞은편에 수선집을 마련해 생활 기틀을 잡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쫓겨나기도 여러 번 했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그는 한 가지 다짐을 했다. 자리를 잡으면 꼭 같은 처지의 이웃을 돌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또 다졌다. 지금은 해마다 주변 이웃들에게 적고 많고 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행사를 갖고 있다.
송 씨의 이웃사랑은 여기에 멈추지 않을 것 같다. 그는 앞으로도 힘이 닿는 대로 사랑을 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송 씨는 얼마 전 이전 모금함보다 조금 큰 성금함을 가게 한 켠에 설치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 줄 모르지만 다 채워지는 대로 또 한번 사랑을 전하고 싶다는 게 지금 그의 유일한 소망이고 인생목표다.